[사설]여야관계도 달라져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대적인 정치구조 개혁과 함께 이제는 여야관계도 새롭게 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종래의 여야관계는 서로 흠집내기와 정치공세를 위한 소모적 정쟁 (政爭)에 치우쳤으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영을 현대적 틀로 재조립하는 과정에 있는 지금 그와 같은 낡은 여야관계가 그대로 존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가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또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처럼 정치공세나 흠집내기 위주의 경쟁이나 견제가 아니라 국익 (國益) 을 위한 방법론의 경쟁, 정책의 미비점이나 오류를 지적.비판하는 경쟁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여야관계가 오늘 개회되는 2월임시국회에서부터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2월국회는 여소야대 (與小野大) 의 정국운영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

정부조직개편.기업구조조정.고용조정 등과 관련한 중요한 법안들이 이번 국회에 걸려 있다.

만일 새로 거야 (巨野)가 된 한나라당이나 소여 (小與)가 된 국민회의가 종래와 같은 여야대립으로 맞선다면 위기극복을 위한 이들 중요법안의 기한내 입법이 어려워질는지도 모른다.

결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우선 한나라당이 일련의 개혁작업에 적극성을 보이기를 바란다.

지금껏 보면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란 비중에 걸맞지 않게 외환위기 수습이나 뉴욕외채협상 등 국가적 중심의제라 할 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비판이나 대안제시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정부조직 개편이나 공무원감축 등과 같은 큰 문제에 대해서도 바로 몇달 전까지 여당이었으면서도 충분한 의견제시를 하지 못했다.

이런 국가 중대사를 소극적으로 다룬다면 한나라당에 무슨 장래가 있겠는가.

국민회의도 공약을 후퇴시킨 인사청문회나 정리해고문제 등에 있어서는 솔직한 자세로 야당에 협력을 요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새 집권세력의 세 (勢) 를 업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가선 안된다.

아무쪼록 2월국회에서부터 달라진 여야관계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