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증세 없는 캐나다인도 강제 격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국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멕시코에 체류 중인 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급파했고, 조금이라도 감염 가능성이 있으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무조건 격리시켜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관련 국가들은 “과잉 대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의해 호텔에 격리됐던 멕시코인들을 태운 앰뷸런스 행렬이 5일 상하이 푸둥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중국에 억류된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이날 전세기를 급파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 입국한 신종 플루 발생국 출신 외국인을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강제로 격리해 해당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외국인 29명 추가 격리=중국 정부는 4일 남방항공 전세기를 멕시코로 급파했다. 광저우(廣州)를 출발한 이 전세기는 멕시코에 체류 중인 중국인 관광객 120여 명과 주재원 가족 80여 명을 태우고 6일 상하이(上海)로 돌아올 예정이다. 비행기가 돌아오는 대로 탑승자 전원을 공항 인근 호텔에 일주일간 격리시킬 예정이다.

중국은 5일 창춘(長春)으로 입국한 캐나다 몬트리올대 학생·교수 29명을 격리시켰다. 캐나다인 23명과 프랑스·독일·스위스·나이지리아 국적 학생이 포함돼 있다. 캐나다는 멕시코·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신종 플루 환자가 발생한 나라다. 이들은 특별한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잠복기(일주일)가 끝날 때까지 공항 인근 호텔에 격리될 예정이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5일 “베이징(北京) 20명, 상하이 56명, 광저우 41명, 장쑤(江蘇)성 16명, 저장(浙江)성 6명 등 총 200여 명의 내·외국인이 격리 검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캐나다 등 ‘반발’=5일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 국제공항에는 멕시코 정부에서 급파한 아에로멕시코 전세기가 도착했다. 중국 정부에 의해 격리당한 멕시코인 70여 명을 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다. 멕시코 정부는 중국이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은 사람까지 강제 격리하자 “인종차별”이라고 강하게 비난해 왔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AFP통신은 로렌스 캐넌 보건장관의 말을 인용해 “캐나다가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학생들을 격리시킨 데 대해 중국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민영 CTV는 “캐나다 정부가 자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메트로 파크 호텔 투숙객에 대해 홍콩 정부는 4일 “격리가 해제되면 홍콩 해양공원 입장권과 창핑 지역 케이블카 탑승권 등 4000홍콩달러(약 65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호텔은 멕시코 감염자가 투숙했던 곳으로 투숙객과 종업원들이 5일째 격리 중이다. 홍콩주재 한국영사관은 5일 이 호텔이 격리될 당시 외출 중이었던 한국인 관광객 2명이 호텔로 돌아와 총 5명의 한국인이 격리 생활 중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첫 중환자 발생=세계보건기구(WHO)는 5일 현재 공식 집계된 신종 플루 감염자가 21개국 1124명이라고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 추가 환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소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WHO는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밀플루 240만 명분을 72개국에 운반하기 시작했다고 5일 밝혔다.

하지만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사태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경고했다. “겨울로 접어드는 남반구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며, 북반구에서도 가을이 되면 신종 플루가 다시 창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에선 4일 처음 중환자가 확인됐다. 레오나 애굴루카크 보건장관은 이날 “신종 플루에 감염된 앨버타주의 한 소녀가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소녀는 멕시코를 다녀온 적이 없는 ‘2차 감염자’로 에드먼턴 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홍콩=최형규,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