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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분양률 높여라” … 청라지구 분양가 내리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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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파트 1만여 가구가 분양 대기 중인 인천 청라지구에서 건설업체 간 분양가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초기에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인 ‘가격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5일 청라 한화꿈에그린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주택 수요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이 견본주택에는 5일까지 7만여 명이 다녀갔다.


청라지구는 특히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업체들은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열쇠는 ‘가격’이라는 판단에서 앞다퉈 분양가를 내리고 있다.

본격적인 분양가 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업체는 한화건설이다. 이 회사는 6일 1순위 청약 접수를 하는 A7블록 한화꿈에그린(전용 100~136㎡ 1172가구) 아파트의 분양가를 지난달 나온 한라비발디(전용 101~133㎡ 992가구)보다 3.3㎡당 20만원 싼 평균 1065만원으로 책정했다.

한라비발디 전용 101㎡는 4억180만~4억3350만원이지만 한화꿈에그린 전용 100㎡는 3억5540만~4억2770만원이다. 전용 113㎡도 한라비발디는 4억4550만~4억8450만원이지만 한화꿈에그린은 3억9240만~4억8520만원이다. 2월 나온 상한제 적용 단지인 웰카운티(3.3㎡당 평균 1171만원)보다는 100만원 정도 싸다.

웰카운티 전용 124㎡는 5억2692만~5억7585만원이나 한화꿈에그린 전용 125㎡는 4억3570만~5억3320만원 선이다. 한화건설 신완철 상무는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등의 효과로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그래도 분양가 인하만큼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라비발디 단지만 해도 3.3㎡당 평균 1085만원으로 2월 나온 웰카운티보다 3.3㎡당 86만원 싸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한라건설이 시작한 분양가 인하 경쟁에 한화건설이 불을 붙인 셈”이라며 “건설업체들이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가를 낮추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 많이 얻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분양가를 내리자 주택 수요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4일 있었던 한화꿈에그린 3자녀·신혼부부 등 특별공급(35가구) 청약에는 80명이 접수해 2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5일까지 7만여 명의 구름관중이 다녀가기도 했다. 지난달 분양가를 낮춘 한라비발디도 1순위에서 청약접수를 마감했다.

한화건설 조형선 분양소장은 “견본주택을 찾은 주택 수요자 가운데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며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혜택을 다 볼 수 있는 데다 분양가를 내린 것이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전체 분양 물량의 30%는 입주자모집공고일(4월 28일) 현재 1년 이상 인천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나머지 70%는 인천 외 서울·수도권 거주자 몫이다. 청라지구는 과밀억제권역이 아니어서 5년간 양도세가 100% 면제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계약 후 1년이 지나면 팔 수 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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