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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만 부를 '고비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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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가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와 비리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신설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비처'의 신설은 한마디로 옥상옥이다. 고비처장에 대해 국회가 탄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한다는 것은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땜질 처방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비처 신설은 수사권을 분산시켜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함께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우려도 없지 않다. 예산 낭비요, 국가적 에너지 낭비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슨 사건이 터지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해결한답시고 기존 조직이나 기구가 버젓이 있는데도 또 다시 새로운 기구를 만든 예가 많다. 또 조직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방만한 운영으로 내부 조직원은 복지부동이요, 안하무인으로 제대로 된 일은 하지 않고 혈세만 축내고 있는 각종 위원회며 산하 단체가 부지기수 아닌가.

더구나 고비처를 부방위 산하로 둔다면 청와대 내 공직자들이나 친.인척들의 비리 발생시 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태껏 이런 기구가 없어 고위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가 생겼는지도 묻고 싶다.

꼭 이런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면 아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보다 독립적이고 완전 중립이 보장될 수 있는 특별 기구를 설립해야 할 것이다.

박동현.서울 구로구 구로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