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일반 독감 … 질병관리본부 번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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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가 1일 오전 추정환자로 발표한 50대 버스 기사가 일반 독감환자인 것으로 2일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1일 발표 당시만 해도 “멕시코에 다녀온 적도, 확진환자 A씨(51·여)와 접촉한 적도 없는 추정환자가 발생했다”며 국민을 광범위한 2차 감염의 불안에 떨게 했으나 하루 만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일 오전 브리핑에서 “환자의 유전자가 현재 유행 중인 계절 인플루엔자의 변종”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A형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고 현재 유행하는 계절 독감 유전자(H1 또는 H3)와는 다른 유전형을 가진 것으로 나오면 일단 추정환자로 분류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와 N, M 등 모두 8종의 유전자가 있고, 이 중 H유전자가 신종 플루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 버스 기사는 검체 조사 대상인 ▶멕시코 여행력이나 ▶환자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지만 버스기사의 신고를 받은 보건소는 여행객과 접촉이 많은 인천공항을 오가는 버스를 운전했다는 이유로 버스기사의 검체 검사를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일엔 “H1, H3엔 음성이 나왔다”며 추정환자로 분류했으나, 2일엔 “추가로 M유전자를 확인해 보니 신종 플루는 아니고, 계절 인플루엔자 A(H3N2)의 변종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에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WHO 검사 기준대로 H유전자 검사만 제대로 하면 다른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M유전자를 추가 검사했고 여기서 결과가 뒤집혔다.

서울대 김의종(진단검사의학) 교수는 “1차 검체 분석 때 준비가 미비해서 2차 확인 실험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바이러스 양이 너무 적었거나 실험과정에서 충분히 증폭되지 않았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실험법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설명도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그동안 추정환자 단계에서 확진 판정까지 최소 2주가 걸린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1~2일이면 확인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버스기사도 하루 만에 추정환자→음성으로 판정했다.

WHO는 이미 지난달 28일 이후 홈페이지에 신종 플루의 유전자형과 실험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에 따라 실험 설비를 갖춘 나라는 어디나 하루 안에 확진이 가능하다. WHO가 2일 공개한 확진 가능한 설비를 갖춘 국가 명단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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