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BOOK] 히잡 벗은 무슬림이 말하다 ‘이슬람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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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나의 이슬람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지음, 구정은 옮김
아시아네트워크, 339쪽, 1만 6000원

하루에 다섯 번이나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게 참 이상해 보였다. 그렇게 믿음이 깊은 남성들이 왜 여성과 약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율법’에 따를 뿐이라며 가족에 대한 명예살인도 서슴치 않는 그들이 끔찍해 보였다. 그런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여성이 자신의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이슬람 사회를 전한 이 책은 반갑다. 외교관인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를 로마에서 다니고 대학은 런던에서, 대학원은 헤이그에서 다닌 지은이는 이슬람 사회의 문제를 꼬집으면서 서구사회의 맹목적인 비난과 차별에도 항변한다.

그녀는 무슬림이지만 히잡을 쓰지 않는 다. 그녀는 머리에 뭔가를 덮어 썼다고 정신적으로 신과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관용과 평화의 이슬람 교리를 사랑하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종교적인 형식주의’다. 그녀는 이슬람 사회가 허용하고 있는 일부다처제도 과부와 고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결과라고 말한다. 보수적인 무슬림들의 일부다처제 옹호는 “간통을 제도화해서 간통을 예방”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한다.

율법을 지키게끔 하는 힘이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도 (이슬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두려움은 종교를 빙자한 테러리즘이나 다른 종교에 대한 편협한 배타주의에도 숨어있다”고 꼬집는 그는 “두려움이 율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게 하고, 이슬람을 오해하게 만드는 광신적 믿음의 바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슬람을 공격하는 서구 역시 “두려움을 폭력으로 잊으려 들고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핍박한다는 점에서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과 닮은꼴”이라 지적한다.

이슬람이 폭력적인 종교라고 가장 비판을 받는 부분, 즉 여성 억압 문제에 대해서도 그냥 비켜가지 않았다. 극단주의자들이 가혹한 규칙을 적용해 여성들의 활동을 제한하는데서 그녀가 본 것은 남성의 위선이다. 여성을 강간·성희롱·구타·성매매 대상으로 삼으면서 여성을 억압하는 데 온갖 핑계를 대 왔지만 “이중 가장 강력한 것이 종교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히잡을 비롯, 몸을 꽁꽁 감추도록 한 옷은 “신이 만든 예술작품(여성의 몸)”에 대한 경배를 방해하는 행위라는 얘기다.

책은 사회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지은이가 에세이와 칼럼 형식으로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아기자기한(그러면서도 펀치를 날리는) 일상 얘기에 이슬람 문화와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정치 얘기를 녹였다. 우리와는 종교도 다르고, 한국 사회와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경제발전과 민주화투쟁, 권력자들의 부패상들을 보면 묘하게도 ‘닮은꼴’이란 느낌에 몸이 움츠러든다. 원제 『Julia’s Jihad』.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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