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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촛불 1년, 아직도 망상에 사로잡힌 세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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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막연한 공포감에서 시작된 촛불은 폭력적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100일간 정국을 흔들었다. 당시 휘몰아치는 열기에 떠내려 보냈던 이성을 되찾아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다시 촛불에 불을 지피려는 일부 좌파 운동권 세력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시점이다.

촛불은 광우병에 대한 공포에서 출발했다. 공포의 1차 원인제공자는 졸속 협상을 벌인 정부다.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서두르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가볍게 봤다. 공포를 폭발시킨 것은 일부 무책임한 미디어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조작한 문화방송의 PD수첩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각종 인터넷 미디어, 특히 포털 다음의 아고라는 허상을 부풀리고 확산시키는 기지 역할을 했다.

급식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삼삼오오 모일 때만 해도 건강권이라는 권리 주장이었다. 정책에 대한 평화적 항의였다. 그러나 시위는 변질되기 시작했다. 촛불보다 깃발, 개인보다 조직, 평화보다 폭력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온갖 사회불만 세력과 반정부 좌파 세력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직접 민주주의’라는 비현실적 이데올로기를 앞세우고 질서를 허물었다. 눈에 보이는 손실은 일부에 불과하다. 수조원에 이른다는 사회적 비용 역시 전부가 아니다. 비과학적이고 허구적인 공포감이 국론을 분열시켰고, 그 와중에 막 출범한 이명박(MB) 정부는 정권 초기 개혁의 동력을 잃었다. 그렇게 국가적 역량을 소모하는 사이 세계 경제위기는 우리 곁으로 파고들었다.

광우병 공포의 허상은 이미 다 드러났다. 미국 쇠고기는 전국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으며, PD수첩의 인터뷰와 영상조작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MB탄핵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입시에 불만을 품은 고교생으로 확인됐고, 경찰을 향해 염산을 던진 시위꾼은 노숙자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시 촛불을 외치는 세력들은 여전하다. 1일 노동절을 맞아 전국에서 촛불을 재촉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민주노총과 용산참사 대책위원회(범대위)는 “촛불을 다시 들자”고 주장했다. 지난 1년은 촛불의 허구를 확인해 주었다. 국민은 두 번 속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려되는 것은 현 정부가 아직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말해준다. 정부가 달라져야 한다.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한편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더욱 진력해야 한다. 그것이 허황된 촛불을 예방하는 원인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