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정치중립·자치제 도입 먼저 경찰이 바로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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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법치주의는 국가공권력의 상징으로 최일선에서 법집행을 담당하는 경찰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 설 때 꽃필 수 있다.

다행히 이번 평화적 정권교체로 경찰도 민주적인 국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현재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우리 경찰이 당면하고 있는 민주화 과제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경찰 고위직 인사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현행 경찰법상 총경 이상의 인사엔 내무장관이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경찰로 하여금 정치권력에 편향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정부조직 개편작업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일본식 합의제 국가경찰위원회를 도입, 경찰청장 제청권과 경정 이상 경찰고위직 인사에 동의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자치경찰의 부분적 도입이다.

민주정치에 있어서 지방자치가 필수적이듯 경찰운영에 있어서도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자치경찰 도입은 불가피하다.

현재 경감 이하의 경찰관을 시.도 지방경찰청장이 제청, 시.도 지방경찰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찰을 실제 지휘하지 않는 시.도지사가 그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경찰력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시.도 지방경찰청장이 지방경찰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정도로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경찰수사권 확립이다.

이것은 경찰기능을 정상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의 첫째.둘째 조건이 갖춰진 정상적인 경찰에 법적 수사권 인정은 당연한 것이고 또 권한이 없는 경찰에 국민이 신뢰를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경찰의 자질부족 등을 이유로 검찰이 법적인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었는데 검.경이 이중조사함으로써 국민에게 부과된 불편과 국가 인력.예산 낭비는 아주 심각하다.

현재 일부 경미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나, 모든 수사권을 개방하면 자율조정이 돼 합리적으로 수사권이 행사되고 참다운 공권력 행사의 민주화가 실현되리라고 확신한다.

경찰에 수사권을 적정하게 이관하는 것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조직 개편 작업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본다.

사실 지금까지 경찰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함으로써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대 (對) 국민 서비스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상 서술한 경찰고위직 인사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의 제도적 보장, 자치경찰의 부분적 도입, 경찰수사권의 독자성 확보는 2차 세계대전 후 맥아더가 일본의 민주주의를 위해 행했던 일본 경찰 민주화의 요체이고 바로 그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민주주의.법치주의에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바다.

이관희<경찰대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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