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항 합의문 발표 전체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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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의 15일 회의 결과는 재계가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측의 요구에 공식적으로 화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경련 회장단이 이른바 새 정부의 '재벌개혁' 조치에 거의 토를 달지 않고 적극적인 수용의사를 밝힘에 따라 재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대변혁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날 회의에서 회장단은 ▶기업투명성 및 신인도 제고▶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실업 최소화방안 강구▶수출증대 노력▶책임경영체제 강화 등 金당선자와 4대그룹 회장들간의 합의 내용 준수를 재천명했다.

이같은 준수의지는 재계가 새 정권의 요구에 마지못해 끌려 간다기보다 IMF체제를 극복하고 기존 경영방식을 변혁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 (傍證)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계는 이와 함께 이날 회의에서 실업을 최소화하고 정리해고를 기업회생의 마지막수단으로 삼겠다고 강조함으로써 金당선자가 추진하는 정리해고제 도입에 '지원사격' 을 했다.

재계가 그동안 "인력정리가 자유로워져야 기업을 떼내거나 합치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며 정리해고제 선 (先) 도입을 요구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재계가 실업문제 해결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서 사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재계는 金당선자측이 요구하는 결합재무제표 대신 '국제규범에 맞는 재무제표 도입' 과 '국제기준에 걸맞은 법적.제도적 뒷받침' 이 필요함을 밝혀 정부에 대한 적절한 지원 요청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결합재무제표는 장점도 있지만 외국기업들이 공시하지 않는 정보까지 드러내 장기적으로 국내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경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결합재무제표는 오너가 여러 회사를 지배하는 한국재벌 특유의 소유구조에서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미국 등 외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결의를 계기로 재계에서는 기업이나 인력을 떼내거나 합치는 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이나 극심한 자금난 속에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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