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만나 달라” 생떼 남편에 100m 내 접근금지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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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89년 결혼한 김모(여)씨는 2007년부터 남편 이모씨와 별거하면서 두 자녀와 함께 친정에서 살았다. 그런데 남편 이씨는 매일 처가에 찾아가 ‘만나 달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집 앞 계단에서 밤을 새웠다. 이씨는 또 부인에게 ‘계속 계단에 있겠다’ ‘만나주지 않으면 여기서 죽겠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김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내면서 남편이 자신과 자녀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함께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 박병대)는 “남편 이씨는 부인과 처가로부터 각각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라”며 김씨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지간이라도 각자 주거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고 살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녀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신청에 대해서는 “이씨가 자녀들의 친권자이고 양육과 관련해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가사소송법상 절차로 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부간에는 법률상 동거 의무가 있지만 이씨가 단순히 애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김씨의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김씨의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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