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종수의 시시각각

강남 집값이 뭐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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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그러나 강남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허상이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지역을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부각하고 강남의 집값 상승을 그 증거로 내세웠다. 당시 강남 집값이 오른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정부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국지적인 현상으로, 전반적인 부동산 값 오름세로 확산될 우려가 없다고 진단했다. 만일 당시에 강남 집값을 내버려 뒀다면 오를 만큼 오르다 제풀에 꺾였을 공산이 크다. 설사 강남의 집값이 더 올랐던들 그것이 나머지 국민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굳이 그곳에 들어가 살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국민은 강남 집값이 오르거나 말거나 아무런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맨해튼이나 베벌리 힐스의 고급주택 값이 올랐다고 미국민이 배 아파하거나 정부가 투기 단속에 나섰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느닷없이 강남발 부동산 투기를 때려잡는다며 사생결단으로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이 강남을 특권계층의 집결지로 지목하고 나서부터다. 어느덧 강남은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는 부도덕한 집단의 투기판으로 낙인찍혔다. 강남은 노무현식 편 가르기와 마녀사냥에 딱 들어맞는 안성맞춤의 표적이었다. 그 후 강남을 겨냥한 온갖 규제와 세금 폭탄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덩달아 다른 지역까지 규제와 세금의 유탄을 맞았다. 그 바람에 전국의 부동산 시장은 마비상태에 빠졌고, 여기에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건설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건설경기를 되살리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킨다며 노무현 정부의 대못을 하나하나 뽑았다.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며, 전매 제한도 풀기로 했다. 그런데 딱 하나가 걸렸다. 바로 강남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한 방침을 보류했다. 1가구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겠다던 약속도 야당의 ‘부자 감세’ 주장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강남이 문제다. 한나라당의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관심사는 투기지역인 강남 3구인데 이곳만 양도세를 중과하면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이 투기의 진원지라는 그릇된 인식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회 조세소위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하되 강남 3구는 제외한다는 어정쩡한 절충안에 타협하고 말았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실패로 판명 났다. 노무현식 강남 때리기의 진상도 드러났다. 그렇다면 왜 강남 집값에 따라 정책이 좌우되는가. 도대체 언제까지 노무현의 주술에 휘둘릴 것인가. 이젠 강남 집값을 좀 잊고 살자.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