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4대그룹회장 회동]조찬간담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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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 안녕하십니까.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우리나라의 난국타개를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삼성 李健熙 회장에게) 요즈음 반도체값이 많이 올랐지요.

▲李회장 = 조금 올랐습니다.

▲金당선자 = (LG 具本茂 회장에게) 전자제품도 많이 나가지요.

▲具회장 =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金당선자 = 어디로 많이 나가고 있습니까.

▲具회장 = 동남아지역은 경제가 좋지 않아 중동.러시아 등 옛날 공산권 지역으로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崔회장 = 중국은 어떻습니까.

▲具회장 = 중국에는 자체공장이 있지만 미미합니다.

▲金당선자 = (현대 鄭夢九 회장에게) 미국.유럽의 조선업계에서 (IMF의 지원에 대해) 상당히 반발하고 있지요.

▲鄭회장 = 조선업계는 2000년 이후까지 수주를 받아 놓았습니다.

현대그룹은 1년에 30억달러 가량 수주하고 있습니다.

▲金당선자 = 2000년까지 물량이 확보돼 있습니까.

▲鄭회장 = IMF위기를 극복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현대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쁘실텐데 조찬회동을 갖게 된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金당선자 = 여러분의 얘기가 중요하니까 경청하려는 것입니다.

(보도진 퇴장.다음은 金당선자의 모두발언 이후 朴智元 대변인이 전한 대화내용)

▲박태준 총재 = (대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입장을 정리한 자료를 주면서) 정상적.상식적.상법적으로 출발하자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과다한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데 미국은 부채비율이 1백50%, 일본은 2백%를 초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金당선자 =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여러분이 앞장서야 합니다.

기업총수들이 자기자신의 재산을 주식투자를 위해 내놓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기업총수들이 사유재산으로 부정축재를 했다고 재산환수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아래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정부와 기업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새롭게 출발하는 동지입니다.

기업인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책임도 있습니다.

대기업 총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具회장 =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구조조정하겠다며 내놓으면 종업원들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鄭회장 = 정리해고는 절대 앞장서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작업시간도 줄이고 때로는 월급도 줄이는 등 노동자들을 안고 가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金당선자 = 좋은 말씀입니다.

기업이 임금을 감봉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최대한 양보해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李회장 = 지금 내놓은 안 (案) 들은 4~5년 전에도 나왔다 들어간 것입니다.

이제는 안하면 안되는 것 들입니다.

정부의 문제를 떠나 우리 스스로 사활이 걸려 있으니 하지 말라고 해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안하면 살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金당선자 = 참 좋은 말씀입니다.

이제는 안하려 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용환 비대위대표 = 구조조정하는데 필요한 각종 규제를 앞장서 철폐하도록 하겠습니다.

▲崔회장 = 요구하신 것은 모두 IMF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1백% 동의합니다.

상호지급보증 문제는 20대그룹은 이미 준비해 왔습니다.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상호지급보증을 요구해도 안했습니다.

20대를 넘는 기업이 문제입니다.

은행에서 요구해 상호지급보증 해왔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의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외국은 연결재무제표를 요구하고 있고, 새정부는 결합재무제표를 요구하고 있어 외국관행과 차이가 있습니다.

국제규격에 맞도록 해야 합니다.

정리해고는 최후의 방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金당선자 = 다시한번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최대한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외국투자를 유치하려면 정리해고를 하지 않을 수 없으나 나는 40년간 노동자와 동지관계에 있던 사람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나처럼 지원을 많이 받은 후보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관권을 휘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청와대에 들어가더라도 여러분과 자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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