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교육장마다 수강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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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부 朴모 (50.서울강남구청담동) 씨는 최근 서울강남구삼성동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실시중인 PC기본교육과정에 등록했다.

朴씨는 "PC를 익힌 뒤 살림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으려 한다" 고 말했다.

삼성SDS가 개설중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이란 6개월짜리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교육과정에는 최근 정원 (1백42명) 의 다섯배가 넘는 7백60여 명이 몰려들었다.

수강료가 3백만원이나 되는데도 이처럼 지원자들이 몰려든 것은 이 과정을 수료하면 95% 이상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취업 문이 크게 좁아지면서 PC교육장마다 컴퓨터 교육을 받아 새로운 취업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인터넷 전문서비스업체 아이네트가 지난 5일 강의를 시작한 대학생 취업을 위한 컴퓨터교육과정에도 7주간 1백50만원이란 적지않은 수강료에 불구하고 정원 (16명) 의 5배인 80명이 신청을 했다.

결국 필기시험으로 수강생을 선발하는 바람에 일부 탈락 학생들이 항의하는 소동마저 빚어졌다.

아이네트가 한번에 30명씩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6시간짜리 무료 PC기본교육에는 이미 6백여 명이 신청, 내달말까지 학급이 모두 짜여져 있는 상태다.

이같은 PC교육 열기는 주부들 사이에서도 뜨겁다.

한국정보문화센터의 경우 전체 수강생 4백9명 가운데 주부가 40%에 이른다.

김병구 (金炳球) 홍보팀장은 "남편들의 실직 사례가 늘어난데다 수입이 줄어들자 주부들 사이에 PC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소호 (SOHO:Small Office, Home Office) 바람이 분 결과" 라고 설명했다.

실직을 대비,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전문교육과정을 밟는 직장인도 부쩍 늘어났다.

아이네트 마케팅팀 남형주 (南亨宙) 대리는 "회사원들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 주로 퇴근 후 인터넷 정보사냥 야간과정을 수강한다.

이번 달 신청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고 밝혔다.

미래 정보사업의 꽃이라는 콘텐츠사업 전문가를 양성하는 웹 설계사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네트가 최근 시작한 이 강좌 역시 45일 과정의 경우 최고 1백45만원의 수강료를 받지만 20명 규모 학급에 대한 신청이 지난달 초 모두 마감됐다.

지난해 지방대를 졸업한 뒤 삼성SDS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정을 수강중인 姜모 (25.여) 씨는 "이력서에 직접 만든 나만의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을 출력해 제출하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수강을 결심했다" 고 말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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