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처럼 될까봐 … 돼지고기 도매가격 8%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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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인플루엔자 여파로 27일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지난 주말에 비해 8%나 떨어졌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과 양돈 농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경기도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진단센터에서 연구원이 멕시코산 돈육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시료를 검사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27일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이날 도매시장인 농협 서울공판장에서 돼지고기 지육(내장과 뼈 등을 분리한 고기)은 ㎏당 평균 4322원에 팔렸다. 돼지 인플루엔자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24일보다 395원 하락했다.

대한양돈협회 박창식 이사는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에 유통업자들이 돼지고기 구입량을 줄여 도매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발생했을 때 닭고기와 오리고기 판매가 급감했듯 돼지고기 소비도 줄어들 것으로 축산 유통업계에서는 보고 있는 것이다.

삼겹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A사 관계자는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판매가 크게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돼지고기 ‘크린포크’를 파는 선진의 김대현 마케팅 실장은 “전국 250개 농장의 돼지가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를 보이면 본사로 바로 알리도록 비상연락체계를 가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돼지고기 소비가 많게는 10%쯤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양돈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돼지 4000마리를 기르는 배수한(48)씨는 “앞으로 값이 떨어져 사육 원가도 뽑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내 돼지 농가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곧 실시하기로 하는 등 방역 강화에 나섰다. 감염된 돼지가 발견되면 AI처럼 해당 농장 돼지 전부를 도살해 태우거나 묻고, 농가에는 보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미국·멕시코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들여오는 돼지고기에 대해 전량 바이러스 검사를 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장기윤 동물방역팀장은 “돼지고기를 통해서는 병이 옮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검사를 하고, 바이러스가 나오면 소각·매몰 또는 반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식 이사는 “한때 돼지 구제역 파문이 일었지만 방역을 철저히 해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없는 나라가 됐다”며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양돈 농가들이 돼지 인플루엔자 방역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혁주·박현영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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