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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지금 축제중]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그 곳, 혼자 가면 외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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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한차례 이 나라 국토를 휩쓸고 지나갔다. 꽃이 지나 간 자리에 연두색 나무 잎들이 피어나더니, 금새 초록으로 건너간다. 연두색 새 잎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그 사이를 뚫고 꾀꼬리가 노랗게 솟아오른다. 산천이 눈이 부시게 거듭 자기를 변화시키며 혁신을 거듭하는 동안 사람들도 그 산천을 숨 가쁘게 따라간다. 봄은 이래저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가는 혁명의 계절이다.

전라북도는 산과 강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땅이다. 그 산과 강과들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낸 것들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은 맛과 멋과 흥이었다. 둘러보면 산이요 달려가며 드넓은 논과 밭이요 그 끝은 바다에 이르니, 사람들도 그 산과 땅과 바다를 닮아 그 땅에 어울리는 멋과 맛과 흥을 일구어냈던 것이다. 그 풍요로운 축복의 땅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같이 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노는 아름다운 삶의 공동체를 만들었으니, 그게 일과 놀이가 함께 어우러진 축제였다. 산을 넘고 들을 지나 강굽이를 돌아가는 길고도 넉넉한 전라도 가락은 바다를 일으키고 강물을 출렁이게 하고 산을 울렸다. 그 오래 된 전통이 오늘에 닿아 세상을 이끌어간다.


신분을 뛰어넘은 더 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세상의 승리로 바꾸어버린 춘향전은 오늘도 펄펄 살아 우리들의 삶을 추동한다. 춘향의 사랑은 지리산을 밀어 넘기고도 그 힘이 오늘도 남아돈다. 세월 가도 낡지 않을 영원불변한 사랑을 얻으려거든 지금 남원으로 가라. 밖과 안을 은근하고 정답게 구분해 주는 문이 있었다. 방의 그림자가 밖으로 너울거리고 밖의 달빛이 안으로 은은하게 찾아 들게 하는 종이가 있었다. 한지다. 한지는 나와 너를 밖과 안을 서로 내몰고 끌어들이는 묘한 가리게다. 그 한지 축제도 전주에서 열린다.

아! 봄바람에 푸른 물결이 이는 청보리 축제로 오라. 당신들의 이마와 어깨와 머릿결에 푸른 바람이 일어나리라. 당신들의 몸을 푸른 물결이 실어가리라. 뛰어 보라. 하늘이 머리에 닿을 때 까지 뛰어보라. 무주가 보일 것이다. 캄캄한 밤, 검푸른 산과 들을 반짝이며 반딧불이 들이 날아가며 그대들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으리라. 그리고 전주로 오라. 이 세상의 최첨단을 걸어가는 영화가 여러분들을 기다린다. 놀랍고도 경이로운 영화가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세상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전라북도는 지금 축제의 도가니다. 산과 들과 강과 바다가 사람들과 어우러져 힘들고 어려운 세상 사람들을 어깨 걸게 한다. 혼자 가면 외롭다. 혼자 일하면 힘들다. 혼자 놀면 무슨 재민가. 오라! 최첨단은 늘 오래 된 가치에 닿아 있다. 물질문명의 극단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래 된 것들에게 닿아 있다. 오래 된 것들은 본래 있었던 것들이다. 사람들은 그 오래된 가치에서 힘을 가져다가 오늘은 만든다. 전통과 현대는 실은 한 몸이다. 전통과 현대가, 그리고 그 근본인 자연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땅, 사람의 땅, 축제의 땅, 전라북도로 오는 짐을 지금 당장 싸라.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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