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존 리 키리어코리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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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코리아 존 리(47)사장은 한국 근무가 지금까지의 어떤 국가보다 힘들다고 한다. 캐리어는 전 세계 에어컨 1위(기업용 시장 포함)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그는 자신한다. 이를 위해 품목 다양화에 서비스 강화, 조직 정비 등 다양한 공격 경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15%가량 올려 잡았다. 2008년까지 시장점유율을 두배 늘릴 계획입니다."

그는 10년 만에 가장 더운 올 여름을 맞아 6월부터 에어컨 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이 같은 매출 달성이 가능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로서는 한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규모로 볼 때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이기 때문이다.

"1년에 6~8주밖에 쓰지 않는 에어컨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따진다"고 리 사장은 말한다.

다른 아시아권에서는 크고 두꺼운 에어컨이, 한국에서는 유달리 얇고 날씬해야 잘 팔린다. 그래서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게 한국형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인팀도 새로 만들었다.

캐리어코리아는 다국적 기업으로는 드물게 본사를 올 초 경기도 오산에 있는 공장으로 옮겼다. 인사.금융.디자인과 연구.개발(R&D) 인력 400여명이 그곳으로 따라갔다. 비용절감 효과와 함께 현장 경영을 하기 위해서다. 서울에는 150명선의 영업인력만 남아있다. 캐리어는 오산 이외에 광주에도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리 사장은 한국 내 생산 시설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에어컨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디자인하고 개발해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전체 부품의 6%선이던 중국산 조달 비중은 올해 20%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는 "3년 뒤에는 중국산 부품 비중을 60%선으로 높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한국에서는 R&D와 디자인에 중점을 둬 부가가치를 더할 계획이다.

또한 브랜드 다변화 차원에서 올해 캐리어 본사가 40% 지분을 갖고 있는 도시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판매에도 더 힘을 쏟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부문에서는 중소기업 12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리 사장은 "국내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봐야 시너지 효과가 작다는 판단에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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