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우주에 대한 인간의 시각, 망원경이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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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은 “우리나라가 갖춘 천체망원경은 세계 수준에 비하면 아직 초라한 정도”라며 “천문학에 대한 대중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프리랜서

“세계사를 살펴보면 나라가 융성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천문학도 발전했다. 고대 서양에서 페니키아가 지중해 상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페니키아 천문학 덕분이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52)은 천문학과 국력의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 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지 4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붙여졌다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국제천문연맹은 망원경의 발명과 함께 급격한 진보를 이룬 천문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2009 세계 천문의 해’ 공식 도서를 발간했다.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번역한 『하늘을 보는 눈』(고베르트 실링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박 원장은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수많은 천문학 책 가운데 『하늘을 보는 눈』이 공식 도서로 선정된 배경은.

“천문학의 발전은 망원경과 함께 왔고, 망원경은 갈릴레오와 뗄 수 없다. 이 책은 천문학의 핵심인 망원경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루고 있다. ”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 관측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지식의 대폭발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관측 결과는 새로운 해석과 이론을 낳는다. 망원경은 태양계와 별은 물론 우주의 기원과 진화,기체 구름, 은하와 은하단, 외계 행성계에 대한 인간의 시각 전체를 변화시켰다.”

-우리나라 천체 망원경 수준은.

“전세계 50위권이다. 망원경 크기는 천문학 발전 수준과 비례하는데 대개 미국·스페인 등 선진국은 지름이 10m넘는 망원경을 갖췄다. 우리나라 망원경은 보현산에 있는 게 지름 1.8m에 불과하다. 초라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는 올 2월 대마젤란 망원경(GMT) 건설과 사용에 대한 국제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이 천체 망원경 사업 참여는 어떤 의미가 있나(마젤란 망원경은 꽃잎처럼 배열된 지름 8.4m 반사경 7개로 구성된 거대한 망원경으로 칠레의 세로라스 캄파나스에 2018년까지 세워진다. 이 사업에는 모두 7억4000만 달러(약 1조 30억원)가 투입되며 한국은 10%를 분담한다).

“우리가 천문학과 우주 과학에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청소년이 천문학을 공부하면 10년 뒤 대마젤란 망원경 사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우주에 대한 꿈을 품게 했다는 의견부터 엄청난 국가예산을 들여 ‘쇼’만 했다는 비난도 있는데.

“우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만들기 위해 투자한 사업비 200억원보다 더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본다.”

박 원장은 아마추어 5인조 밴드를 결성해 천문학 홍보를 할 만큼 한국 천문학의 위상 높이기에 앞장서는 일로 유명하다. 기타를 연주 경력 30년인 그가 직접 만든 천문학 관련 노래도 6곡이나 된다. 그는 “천문학 관련 강의나 천문학 홍보에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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