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신춘 문예 희곡 당선작]심사평…때묻지 않은 감성 높이 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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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올해도 1백편이 넘는 응모작들이 몰려 희곡분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함을 입증했다.

그러나 대부분 희곡과 연극의 기초를 모르는 체 컴퓨터 채팅식 대사의 나열에 그친 작품들이거나 어디서 본듯한 상투적인 모작들이어서 질적으로는 제자리 걸음이다.

그중 대여섯편의 후보작들을 어렵게 고르면서 전반적으로 긴장감의 조성, 복합성의 구축, 변화와 움직임의 창출등 극 구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서를 배경으로 진실의 문제를 다룬 '양심에 관한 보고서' (강정임) 는 비교적 전통적인 극적 전개에도 불구하고 짧은 단막극의 압축된 시간성을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고 한 시인의 삶과 죽음을 다룬 '무엇이든 살아있으라' (권은중) 는 세련된 어휘구사가 호감을 주었으나 역시 지나친 서사적 전개 때문에 연극성의 본질에서 멀어졌다.

집단논리에 대항하는 개인을 그린 '나비꿈' (조태현) 은 신춘문예 응모희곡이 흔히 그렇듯 지나치게 경직된 관념성이 껄끄러웠다.

마지막으로 '쑥부쟁이' 와 '시청각실' 두 작품이 심사대상으로 남았다.

자신의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는 두 걸인을 그린 '쑥부쟁이' 는 신인답지 않은 능란한 대사구사력이 놀라움을 주었으나 상황설정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전체적 감각이 낙후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이 작가는 계속 정진할 것을 꼭 부탁한다.

현대적 커뮤니케이션의 범람 속에서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는 '시청각실' 은 주제가 다소 피상적이며 극전개면에도 산만한 흔적이 가시지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다중적 공간 설정과 장면의 대비등 연극적 형상화를 염두에 둔 점과 감성이 때묻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아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밀기로 했다.

〈심사위원 : 오태석·김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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