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공부 그만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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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그만 해라
원제 できる人になるには勉强してはいけない!
히사쓰네 게이치 지음, 김지효 옮김
명진출판, 9500원

항생제 페니실린과 정력제 비아그라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우연히 개발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차대전 당시 야전병원에서 일하던 알렉산더 플레밍은 배양 용기 속의 세균이 푸른곰팡이 때문에 번식이 억제된다는 걸 보고 페니실린 제조에 착수했고, 비아그라는 편도선염 억제 약을 복용한 환자에게 생긴 ‘부작용(발기 현상)’을 발견한 영국 화이자사의 연구원이 특허를 내며 세상에 알려졌다.

더 중요한 건 둘 다 ‘현장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연구자들이 책상에 앉아 이론만 파고들었다면 페니실린과 비아그라는 훨씬 늦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례로 ‘맞춤형 소매’ 전략으로 현재 PC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델 컴퓨터의 시작은 간단했다. 1984년 미국 텍사스대 1학년이던 마이클 델은 IBM PC를 도매가로 구입한 뒤 소비자에겐 일반 판매가보다 10% 싼 가격에 되팔았다. 중간 단계의 유통 마진을 과감하게 없앴다. 이후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주문형 PC를 직접 만들고, 또 유통 단계를 줄이며 오늘의 델 컴퓨터를 만들었다.

리바이스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고가 의류로 팔리지만 출발은 싱거운 편이다. 캘리포니아 금광에 가서 한몫을 잡으려던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팔리지 않는 천막용 캔버스 천을 바지로 만들어 처분하려다가 ‘대박’을 터뜨렸다.

『공부 그만 해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을 강조한 자기계발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성공하려면 현장을 지키라는 것이다. 기업·문화계·관공서 구분없이 현장을 떠난 아이디어는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또 기왕의 각종 이론을 섭렵하더라도 책상 주변에 머물면 창의적 사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식을 되풀이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책에는 이 시대에 요청되는 현장의 중요성이 설득력 있게 서술됐다. 안정적 성장기에는 ‘공부형 인간’이 우대받지만 불황기에는 급변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현장형 인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0여년 장기불황에서 막 빠져나온 일본의 경험이 풍부해 우리로서도 참고할만한 대목이 많다. 저성장 다변화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현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장인형 인재’며, 이지 교과서를 붙들고 있는 ‘공부 강박증 환자’가 아니라는 것.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오감으로 일한다’‘모방하지 않는다’‘먼저 달려가 부딪힌다’‘우연을 기회로 만든다’‘시간 예산·결산서를 짠다’‘부서별 일정을 공유한다’ 등 실천 방안도 구체적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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