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스키·설피를 아시나요" … 강원횡계서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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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눈꽃이 피면 산간마을 사람들은 설피나 스키를 신고 바깥나들이를 했다.

설피 (雪皮) 위에 짚신을 얹어야 무릎까지 차는 눈을 헤칠 수 있고 스키를 타야 재빠른 멧돼지등을 사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우리곁을 떠난 전통 겨울나들이.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자.

강원도평창군도암면횡계리. 이 마을 주민들은 일년에 한번씩 '대관령 눈꽃축제' 를 연다.

이 축제의 특징은 설피.썰매등 전통 겨울놀이 용품을 선보이고 8천명 주민들이 행사 진행자와 공연자로 참여한다는 것. 산간마을의 독특한 겨울놀이를 보여주는 보기드문 축제다.

이때가 되면 이 곳 주민들은 물푸레나무등을 불에 쬐어 휜다음 타원형 틀을 만들고 틀에 줄을 대 설피를 완성한다.

완성된 설피의 모양은 작은 배드민턴 채와 흡사하다.

또 고로쇠나무를 깍아 요즘에 타는 스키와 비슷한 한짝의 썰매를 만들고 길죽한 가지를 다듬어 작대기를 만들어 낸다.

썰매는 서서 타는 전통 스키와 앉아서 타는 두가지가 있는 셈이다.

해마다 1월말 혹은 2월초에 열리는 눈꽃축제. 이때 등장하는 설피와 썰매는 전통 용구의 위력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설피를 신고 스키장의 내리막길을 뛰어다니면 미끄러지지 않고 눈이 무릎까지 차는 오솔길에서도 설피는 불도저처럼 앞길을 열어준다.

작대기 하나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썰매. 처음엔 어렵지만 일단 타는 방법을 알게되면 멧돼지를 쫓을 수 있는 속도를 낸다.

'콩치기' 는 '앉은뱅이' 썰매를 타고 나무공을 패스하면서 상대편 골문에 집어넣는 한국형 아이스하키다.

전통 나들이용품의 제작비는 설피가 한켤레 2천원선. 썰매도 2~3만원정도만 투자하면 만들수 있다.

“지금까지 노인들이 설피와 스키를 만들어왔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청년들도 제작방법을 알아둬야 합니다.”

눈꽃축제준비위원장인 이대영 (46) 씨는 전통 용구를 제작하는 방법의 전승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산간마을에서도 이제 설피와 스키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도로가 뚫리고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설피와 스키등이 80년대부터 일상생활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설피마을로 불리우는 강원도인제군기린면진동리. 전체 35가구중 설피를 갖고 있는 집은 10가구정도에 불과하다.

고석범 (59) 이장은 "설피와 스키를 만드는 집은 지금 한 곳도 없어요. 이용하는 집도 없구요. 가끔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들여다볼 뿐이죠. " 라고 말했다.

화천군.태백시등 산간지역도 개인소장품이 일부 남아있을 뿐 만드는 곳은없다.

태백산 아랫마을인 창죽동에서 만난 이해수 (50) 씨. "80년대만 해도 가끔 만들었어요. 이젠 생김새마저 가물가물합니다."

송명석 기자

▶취재협조 = 대관령 눈꽃축제위원회 (0374 - 35 - 5337) , 태백시 문화공보실 (0395 - 50 - 2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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