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장르 분류가 필요합니까?” … 새 앨범 내놓은 ‘베이시스’ 출신 정재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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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에게는 ‘장르’가 없다.

“클래식 음악의 분위기를 가급적 배제하려 했다.” 1995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곡가 정재형(37·사진)씨가 했던 말이다. 그룹 ‘베이시스’에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가 들어있는 앨범을 낸 직후였다.

21일 만난 정재형은 “음악에 분류가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14년동안 그에게 일어난 변화다.

정재형은 한양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중학교 친구들이 팝송을 들을 때 베토벤의 교향곡에 빠졌다. 영화 음악 작곡가가 꿈이었다. ‘베이시스’ 활동 또한 그리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2년 동안 세 장의 ‘베이시스’ 앨범을 낸 그는 9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기본을 다시 공부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드뷔시·메시앙·불레즈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가의 나라 프랑스를 찾았다. 파리고등사범음악원에서 영화음악과 현대음악을 전공했다. “전위적이고 난해한 현대 음악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싶었다”는 그는 오케스트라·실내악팀 등을 위한 작품을 쓰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내악팀 ‘MIK’가 2006년 초연한 정재형의 작품 ‘에트나’를 들으면 그 영역을 알 수 있다. 20세기 초의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를 연상케하는 현대음악이다. 대중과 자주 접해본 능숙함과 작곡의 이론을 공부한 이력이 묻어난다.

정재형은 “지난 시간을 부정하는 시기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대중가수로 나서며 클래식 음악가의 경력을 부정했고, 다시 영화 음악과 클래식을 하면서 ‘아이돌’처럼 분류되는 ‘베이시스’ 활동을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현재 정재형의 모습이다. 최근 나온 새 앨범 ‘프롬나드(promenade), 느리게 걷다’(소니 클래시컬)에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뮤지션의 현재가 들어 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소니클래시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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