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흐트러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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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엄마들의 잔소리 중 “공부해라”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정리 좀 해! 흐트러트리지만 말고!”다. 여기서 질문 하나. ‘흐트러트리다’와 ‘흐트러뜨리다’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정답은 둘 다 바른 표현.

몇몇 동사의 ‘~아/어’ 연결형 또는 어간 뒤에 붙어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트리다’와 ‘~뜨리다’는 복수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넘어트리다/넘어뜨리다’ ‘흩트리다/흩뜨리다’가 모두 바른 표기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 하나. ‘흩트리다’와 ‘흩뜨리다’에 피동을 나타내는 어미 ‘~(아/)어지다’를 붙인 표현은 ‘①흩트러지다 ②흩뜨러지다 ③흐트러지다’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정답은 ① ② ③ 보기 안에 없다. ‘흩트려지다/흩뜨려지다’로 해야 올바르다.

그렇다면 ‘흐트러지다’는 틀린 표현일까? 아니다. ‘흐트러지다’도 표준말이다. 다만 ‘흐트러지다’는 ‘흩트리다/흩뜨리다’에서 파생된 말이 아닐 뿐이다. 옛말 ‘흐트러디다’가 구개음화해 현재에 이른 형태다. 정리하자면 ‘흩트러지다/흩뜨러지다’는 틀린 표기, ‘흩트려지다/흩뜨려지다’ ‘흐트러지다’는 모두 바른 표기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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