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 고강도 개혁…외국돈 오는길 장애 치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 진영이 당면한 금융.외환위기 대책을 '조기에,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처해 나가려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당선자 진영의 원외 브레인그룹은 몇가지 점에서 최근의 상황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해왔다.

우선 일부 단기 외채의 재대출 (Roll Over) 소식과 1백억달러 추가지원 등이 나오자 심각한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일반적 인식에 대해서다.

'언 발을 녹일 수는 있지만 더 큰 재앙이 온다' 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해외 민간자본이 기업계로 들어와야 구조적 안정을 기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기업 인수.합병 (M&A) 시 고용승계 의무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핵심 참모는 "기업들이 우수수 부도나고 있지만 국내 기업중 누구도 인수 여력이 확실치 않다" 며 "결국 해외 민간자본이 들어와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는 전략적 차원의 대처도 계산한 논리다.

기업어음 (CP) 등 채권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장단기 해외 차관을 도입해 당장의 외환보유고는 높일 수 있지만 결국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과 제조업체를 인수할 외국 자본을 들여와 '한국자본화'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맥락에서 정리해고제 도입과 부실금융기관 조기 처리를 역설하는 것이다.

재정경제원 기능의 일부 정지는 이같은 자금유입이 해외 신뢰도의 제고없이는 어렵다는 차원에서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 (IMF) 과 합의한 은행 민영화, 부실 종금사 폐쇄 등을 한차례 어겨 결국 추가지원을 받아야할 상황으로 몬 것도 재경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금융감독기관을 산하에 둬 외국 투자가들로부터 '관치금융을 계속하려 한다' 는 의혹을 유발한 것도 재경원이란 지적이다.

국가 신인도와 기관 신인도를 분리, 국가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재경원이란 기관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구상이다.

金당선자측은 재경원의 이익보호에 동조한 국회 재경위 등 일부 정치권에 대해서도 '분노' 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중심이 돼 구성된 12인 비상경제대책위가 먼저 정리해고 논의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당선자에게 떠맡긴 것에 대해서도 비판론이 일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치권이 아직 위기를 실감치 못하고 지역구나 기존의 연고에 연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金당선자도 이 점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자 진영의 한 핵심 참모는 결론적으로 "멕시코는 금융위기를 맞아 지불유예 (모라토리엄) 를 하고도 살 수 있었지만 우리는 살 수없다" 며 특단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멕시코는 원유 등 환금성 (換金性) 자원이 풍부하지만 우리는 원유 1백%수입, 곡물 자급도 25%의 대외 의존적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제2의 금융위기는 바로 전면적인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외국자본 유치와 이를 위한 전면 개방의 외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현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