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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한국기업에 눈독…"헐 값에 살 기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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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기업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지는 27일 "IMF의 지원으로 자존심이 상했던 한국인들은 이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합병 (M&A) 으로 인해 또한번 상처를 입게 될 것" 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기업들의 주식가격은 원화와 주가의 동시 폭락으로 달러화를 기준으로 올해 3분의2가 하락했다" 며 "한국은 싼값에 M&A를 성사시킬 수 있는 시장이 되고 있다" 고 전했다.

이미 미국의 신문용지 업체인 보워터사가 한라제지의 인수를 추진중인 것을 비롯, 로얄 더치 셀그룹도 한화에너지의 인수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포드의 기아 인수설, 독일 로베르토 보쉬사의 만도기계 인수설 등이 무성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도 26일 '구미 당기는 먹이로 변한 극동의 기업들' 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등 최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프랑스 대기업들의 발빠른 행보를 소개했다.

프랑스 최대의 산업용 유리 생산업체인 생고뱅사의 장 루이 베파 회장은 멕시코 외환위기때 프랑스 기업들이 지난 95년 멕시코에 대거 투자했던 전례를 떠올리며 "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두 번 다시 없는 기회" 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자동차 메이커인 르노도 눈을 반짝이고 있다.

루이 슈바이처 사장은 조만간 아시아 몇몇 나라를 방문할 계획이다.

르몽드지는 특히 한국에 대해 "원화가치 하락과 주가폭락에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 외국 기업들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고 소개했다.

국제 금융계 관측통들은 국제적 자본이 한국의 은행.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투자여건이 조성되면 일시에 뭉칫돈들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자본이 한국의 금융.유통.자동차부품.통신전자.제약 부문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자본은 한국 경제가 정상궤도에 오른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는 신중한 자세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파리 = 이재학.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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