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미국·유럽 언론노조…"한국 도와야 우리도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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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제는 한국을 도와야 한다."

국제통화기금 (IMF) 과 미.일 등 13개국이 한국에 대한 1백억달러 조기지원을 발표한 이후 미.유럽 언론들의 자세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26일 사설을 통해 "한국을 돕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돕는 것" 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 워싱턴 포스트지도 26일 사설을 통해 "한국의 경제위기에는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국제사회도 책임이 있다" 는 자성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외국 언론들의 이같은 논조 변화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경제가 파산으로 치달을 경우 세계경제 전체에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징후로 분석된다.

지난 11일자 워싱턴 포스트지가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 "한국이 무너진다 해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 이라고 밝힌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또 미국내에서 점차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우려감이 증폭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는 2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난으로 항공기산업과 농.축산업은 물론 할리우드의 패션가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까지 충격을 받고 있다" 고 보도했다.

또 한때 IMF 재협상설로 미 언론과 투자가들의 의심을 샀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정리해고를 수용할 뜻을 밝히고 "IMF와의 합의를 1백% 이행하겠다" 고 천명한 것도 대한 (對韓)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부실 시중은행에 대한 매각의사를 밝히고 IMF와의 합의에 따라 각종 개혁조치를 가시화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27일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전날 한국 법원이 고려.동서증권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한 것과 관련, "이는 한국인들이 말하는 소위 IMF시대에서 금융기관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신호탄" 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지만 외국 언론들은 아직 "한국이 대외 신뢰도를 단시일내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며 "한국은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개혁조치들을 꾸준히 취해나가야 할 것" 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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