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은 있던 곳에 놓아야 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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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환 통장이 유물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 백석동의 번영로 입구 아파트단지 뒤편에 조그만 단독주택 마을이 있다. 행정구역상 백석2통으로 50호 정도가 살고 있다. 이 마을에 지난 14일 향토사료관이 문을 열었다. 이 사료관은 현재 및 예전에 살던 주민들이 쓰던 전통 생활용품들로 채워졌다.

최수환(56)통장은 “이수브라운스톤과 벽산블루밍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 부지 조성공사가 시작된 2002년 마을을 떠나던 주민들이 남기고 간 물건들이 많다”며 “수년 간 마을회관 창고에 보관하던 것을 전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향토사료관은 18평 규모로 벽체를 대형 통유리창으로 대체, 밖에서도 유물들의 전시 상태를 살펴 볼 수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관심어린 눈으로 들여다보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대부분 자료들은 집안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다. 재봉틀, 물레, 목공구, 함지박, 뒤주, 맷돌, 쇠화로, 떡매 등 현재 가정에선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다. 쥐덫도 눈에 띈다. 마을 최고령인 곽원용(93)옹이 기증한 대형 종이 함지박도 전시돼 있다. 이 곳은 몇년 전까지 농사 짓는 집들이 많았다. 소 여물 써는 데 쓰던 작두 및 쟁기, 써레, 호미,지게 등 농기구가 즐비하다.

더욱 재미있는 건 60,70년대 통장이 갖고 있던 서류들. 주민 전출입부, 예비군 관련 자료 등. 최 통장은 “당시 주민들이 이사를 오던가, 이사를 갈 때는 반드시 통장에게 신고를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1988년 당시 관할 행정동인 쌍봉동의 체육대회서 백석동이 타온 우승컵도 있다. 1957년(단기 4290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 82회 생신을 맞아 나온 사진첩에는 천안 병천 출신인 조병옥 박사 모습도 보인다. 책 뒤편 ‘우리의 맹세’ 내용이 새삼스럽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로 죽엄으로써 나라를 지킨다’라고 쓰여 있다. 책 첫 장엔 이 전 대통령이 ‘통일최선(統一最先)’이란 휘호를 썼다. 당시 사회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당시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가운데 앉은 사람)의 82회 생신(1957년)에 참석한 조병옥 박사 모습(왼쪽 끝).

최 통장은 “향토사료관 개관은 전 통장 정낙석(66·천안 다가동)씨가 생활 유물들을 소중히 보관해 준 덕분에 이뤄졌다”며 “전화로 관람 사전 신청만 하면 관람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019-405-3150.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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