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업계 실업 한파…부도사 직원 재취업길 거의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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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도사태와 감량경영에 따른 인력감축등으로 증권.투신업계에 대대적인 실업한파가 몰아닥칠 조짐이다.

이달초 고려와 동서증권에 이어 신세기투신이 부도처리되면서 이들 회사의 인력들이 대거 정리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금융기관중 처음 부도난 고려증권은 8백여 전직원이 퇴직금의 70%를 지급받고 상당수가 회사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고려증권측도 이들중 3백명만 남기고 모두 회사를 떠나 새 일자리를 찾아가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 최소화가 3자인수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법정관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의 입장이 알려지면서 영업정지를 당한 동서증권 임직원 1천5백명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고 신세계투신도 제3자인수가 사실상 어렵게 됨에 따라 3백70명의 직원들의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물론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은 업계 4~8위권 이내 증권사로 우수 인력이 풍부해 증권업계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스카웃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말 자진폐업한뒤 2주만에 1만6천건의 구인의뢰가 쇄도한 일본의 야마이찌 (山一) 증권도 젊거나 자금운용을 담당하는 전문직들은 재취업의 기회를 잡았다고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증권사들이 찾고 있는 인력은 직급이 과장급이하고 분야도 금융상품와 자금운용담당으로 한정돼 있다.

D증권 사장은 "부도난 증권사의 우수인력 추천이 들어오고 있지만 전문분야의 1인자가 아니면 쓰지 않을 생각"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때 열띤 스카웃 대상이던 영업직원은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해 위탁매매가 줄어 이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오히려 기존 영업맨들을 줄여야할 형편이다.

다른 D증권사의 사장도 "4~5명의 미니 점포화가 불가피하다" 며 "성과급이 낮은 직원의 자진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고 말해 영업직원들의 대량방출을 시사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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