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거세지는 북한 협박 … 효과적 대응책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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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북한의 대남 협박과 흔들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 근로자를 인질로 삼은 채 전개되고 있어 정부의 대처가 간단치 않다. 이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우왕좌왕하는 등 정책 혼선이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처음으로 남북 당국자 접촉을 21일 갖자고 제의해와 그 귀추가 매우 주목된다.

PSI를 둘러싼 북한의 대남 협박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선전포고 간주’ 선언에 이어 총참모부의 서울 공격 위협으로 더욱 노골화됐다. ‘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50㎞밖에 안 된다’는 총참모부의 위협은 1993년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킨다. 직설적인 표현은 피하면서 ‘서울을 공격할 수 있다’고 암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안보 불안 여론을 자극해 국론 분열을 노린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북한의 이런 위협전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주도면밀한 측면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켓 발사를 앞두고 정부가 PSI 가입 방침을 천명하자 개성공단 근로자를 억류했다. 로켓 발사 후엔 개성공단 억류 근로자 신변 문제를 남쪽에 흘리거나, 개성공단 남북 당국자 접촉을 제안하는 수법을 잇따라 구사해 한국 정부의 PSI 가입 발표를 몇 차례 연기시켰다. 반면 우리 정부의 대북전략은 치밀함과 예측력에서 허점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PSI 정책에서 ‘한국인 근로자 억류 사태’라는 돌발변수가 그냥 넘어간 것이 한 예다. 북한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련 부처 간 심도 있는 의견조율이 부족했던 것이다.

문제는 21일 남북 접촉 이후다. 여기서 북한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억류 근로자 석방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부터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한국 정부의 PSI 가입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 분열책을 구사해 남측 정부가 곤란한 지경에 빠지도록 할 것만은 분명하다고 본다. 따라서 예상되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치밀하게 대처해 또다시 우왕좌왕해선 결코 안 된다. 우선 PSI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가입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나 발표 시기는 전략적으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방침을 21일 이후에도 지속해야 한다. 또 ‘억류 문제는 인도적 사안이고, PSI 가입은 국제 협력 차원이어서 별개의 사안’이라는 기존 원칙도 어떻게 조율할지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오락가락한다면 국민적 비판을 받을 것이다.

어떤 정부도 국민의 지지 없이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펼 수 없다. 그런데 이 같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략적이고 치밀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근로자 억류와 PSI가 이슈이지만, 앞으론 북한이 촉발하는 안보 위협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효과적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긴장상황이 계속되면 개성공단 폐쇄, 국지적 군사적 충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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