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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채널 마련 의미] 남북, 북핵 논의 속도 붙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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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반기문 외교부 장관(左)과 북한 백남순 외무상이 1일 오후 자카르타 매리어트호텔에서 남북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

남북한이 1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뉴욕 유엔대표부를 외교협의 채널로 활용하기로 한 것은 남북관계의 폭을 더 넓히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양측의 합의가 이행되면 북핵문제뿐 아니라 2007년 한국의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문제 등에 있어서도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 당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북한의 외교무대 진출 촉진=북한이 뉴욕채널 가동에 호응한 것은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남한과의 외교협력 필요성을 느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 테이블뿐 아니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같은 양자 및 다자 외교무대에서 보폭을 넓히려면 남측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남 간의 전략적 외교대화 통로를 말했는데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뉴욕채널을 협의통로로 삼자"고 했다. 과거 같으면 '민족문제' 등을 내세워 남북 간 외교채널 가동을 기피했을 북한이 달라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뉴욕채널을 받아들인 것은 그간의 남북 경협 등을 통해 대남접촉 강화 필요성을 느낀 데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이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의 호응은 또 국제사회와의 교류 확대에 관심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백 외무상이 이날 "남측은 미.일 등 여러 나라와의 공조가 있다"며 "모든 나라는 혼자 살 수 없으니 공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그간 남측을 향해 '외세공조'라고 비난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로, 북한도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뉴욕채널을 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 통로로 활용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뉴욕채널이 장관급 회담 등 남북 간 기존 대화채널과 조화롭게 가동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주치의 대동한 백남순=백 외무상은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병인 신장병 때문에 평양에서 주치의를 데리고 전용기를 타고 왔으며, 투석(透析)치료까지 받아가며 회담에 응하고 있다. 백 외무상은 지난달 30일 오후에는 숙소인 매리어트 호텔에서 갑작스레 북한 대사관까지 갔다가 몇 시간 뒤 왼쪽 팔에 반창고를 감은 채 장창렬 북한 대사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왔다. 북측은 같은날 백 외무상과 메가와티 인도네시아 대통령 단독면담이 무산되자 대표단을 철수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궁 측에서 급히 백 외무상을 예방했고, 이후 북측의 태도는 누그러졌다.

한국과 미국 대표단의 숙소인 뮬리아 호텔 주변은 경비가 삼엄하다. 현지경찰이 테러 예방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1일 현지에 도착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숙소는 극비에 부쳐졌다.

자카르타=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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