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선]지역별 투표율…호남상승, 영남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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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7년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89.2%였고, 92년 대통령선거 당시의 투표율은 81.2%로 뚝 떨어졌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이보다 낮아져 79.8%로 잠정 집계됐다.

선진국일수록 투표율은 떨어진다.

정치가 안정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투표율 하향 추세에다 가장 유권자가 많은 영남권의 후보가 없기에 투표율은 75% 전후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은 것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닥친 위기감이 오히려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이어진데다 날씨도 투표를 하기에 좋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이전의 대통령선거와 같이 투표율 1, 2, 3위는 김대중후보의 표밭인 광주 (89.5%).전남 (86.5%).전북 (84.6%) 이 나란히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은 오히려 투표율이 각각 0.4%.0.9% 높아져 이례적이었다.

특히 광주지역의 투표율은 오후1시까지만 해도 47.6%로 지역별 투표율에서 11위에 불과했는데 오후 늦은 시간부터 투표율이 급증하기 시작, 마지막에 투표율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김대중후보측에서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경계심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호남지역의 높은 투표율을 감추기 위해 '투표를 늦게 하라' 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영남권 후보가 없는 탓인지 영남권의 투표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부산.대구.경북.경남은 모두 투표율 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난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金泳三) 후보의 표밭이었던 경남.부산은 광주.전남.전북에 이어 투표율 4, 5위를 차지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엔 투표율 8위와 9위로 밀려났다.

같은 영남권인 대구 (76.9%) 는 제주.충남에 이어 세번째로 투표율이 낮았으며 경북 역시 78.5%로 투표율 9위에 그쳤다.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곳은 JP가 빠져버린 충청도였다.

충남은 76.2%, 충북은 77.8%, 대전 77.9%로 모두 투표율 10위권 밖으로 저조했다.

이회창.이인제후보 모두 연고권을 주장했지만 JP와 같은 지역 대표성을 얻지는 못했다는 반증이다.

여러 지역 출신들이 모여 사는 서울 (79.4%).인천 (79.6%).경기 (79.9%) 지역은 투표율 역시 전국 평균과 거의 유사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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