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hom&deco] 시트만 바꿔도 ‘왕비 침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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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평균 수명을 70으로 봤을 때 수면 시간이 23년이 넘는다는 놀랄 만한 통계가 있다. 굳이 이런 자료를 대지 않더라도 온종일 밖에서 지쳤던 심신을 편하게 감싸주는 ‘침실’이 집의 어떤 공간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래서 열정과 비용을 투자해야 할 장소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침실의 조건은 남에게 보여줄 멋진 인테리어보다 쾌적하고 아늑함이 우선이다. 방의 주인들이 기분 좋은 공간이면 최상.

많은 여자가 ‘침실의 로망’으로 호텔 룸을 꼽는다. 첫째 이유는 호텔 메이드가 정돈한 반듯한 침구와 먼지 한 톨 없는 쾌적함이다. 둘째 이유는 TV 장식장, 간이 서재, 티 코너 등을 겸비한 작지만 높은 공간 활용성이다. 특히 규모는 작아도 독특한 개성과 멋을 살린 ‘부티크 호텔’들은 기존 호텔 객실의 전형성을 넘어 기발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유럽의 부티크 호텔들을 둘러보고 있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이정화씨. 그동안 넓힌 견문과 인테리어 개조 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침실 스타일을 제안했다.

침대 위치는 눈 떴을 때 창밖이 보이게

이씨가 침실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전등 스위치의 위치와 전망이다. 잠들기 전 팔만 뻗으면 전등을 끌 수 있고, 눈 떴을 때 시야에 기분 좋은 풍경이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는 것. 마침 침실 개조 공사를 시작했다면 침대 머리맡에 스위치를 하나 더 마련하는 전기공사를 잊지 말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대를 둘 때 동쪽 또는 남쪽 등 머리를 두는 방향을 우선 고려한다. 하지만 이씨는 아침에 눈을 뜨고 처음 보게 될 창문 밖 풍경을 고려해 침대의 위치를 정할 것을 조언한다. “창 너머 쪽으로 보이는 나무·강·하늘 등을 찾아내 위치를 잡고, 안 되면 베란다에 화분이라도 두세요. 이도 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침대 발치에 고즈넉한 풍경의 그림이나 사진, 천장 모빌을 달아도 좋아요.” 자연 패턴의 벽지나 실사 프린트를 이용해도 느긋하게 아침을 맞을 준비로 충분하다고 이씨는 말한다.

플랫시트 쓰면 자주 세탁 가능해 쾌적

침실은 스타일만큼 쾌적성도 중요하다. 호텔 침구처럼 매일 세탁해 빳빳하게 다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반 가정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 ‘플랫시트’를 쓰면 수월하다. 이불 안쪽에 홑겹의 면 이불 커버인 플랫시트를 덧대 사용하면 일단 세탁이 쉽다. 또 직접 살에 닿는 부분은 면 플랫시트이니 이불 소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맘에 드는 패턴의 모직·혼방 섬유 또는 침구용이 아닌 패션 원단 등을 이용해 침실의 스타일을 개성 있게 바꿔볼 수 있다.

침실을 쾌적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베드 스프레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베드 스프레드는 이불부터 베개까지 침대 전체를 덮는 정리정돈용 덮개다. 흐트러진 침구 위를 가려줘서 침대가 바로 깔끔하게 정돈된다. 베드 스프레드는 민무늬보다는 패턴 있는 소재로 제작해 스타일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책·스탠드 수납할 기능적 가구로 리듬감을

우리가 침실에 두는 것은 자기 전 읽을 몇 권의 책과 스탠드· TV· 휴대전화·액자·화장품 등이다. 이를 위해 보통 침대 옆에 사이드 테이블이나 서랍장을 둔다.

침대 양 옆에 두는 가구를 굳이 세트로 맞출 필요가 없다. 쓰임을 달리해 한쪽은 서랍장, 한쪽은 사이드 테이블을 둔다거나, 양쪽 가구의 높이를 확연히 다르게 해도 개성 있어 보인다. 한쪽은 액자나 장식품을 가득 두고, 다른 쪽은 스탠드 한 점만 배치하는 식으로 데코레이션 밀도에 차이를 두어도 공간에 리듬감을 줄 수 있다. 거울을 매치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작은 거울을 여러 개 매치하면 화려한 장식 효과를 낼 수 있다. 직사각형 디자인의 커다란 거울(스탠딩 거울)을 벽에 기대 세워 두면 장식 효과는 물론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글=이나래 레몬트리 기자
사진=우창원 WNP Studio
스타일리스트=이정화 씨에스타

레몬트리(www.mylemontree.co.kr)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인테리어, 쇼핑, 음식, 여행, 글로벌 정보를 모던하게 펼쳐보이는 합리주의 라이프스타일 잡지다.

호텔에선 이렇게 해요

이불을 빨 때 세탁기에 테니스공을 넣어두면 구석구석 이불을 때려줘서 오리털이나 솜의 볼륨이 되살아난다. 침구류는 햇볕에 널어주면 보송보송해진다. 이때 침구 위에 검은색 천을 덮어 주면 온도가 더 높아져 살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이불 커버를 세탁할 때 찬물로 빨아 저온으로 건조시키면 주름이 덜 잡힌다. 부분적으로 구김이 갔을 때는 스팀다리미를 살짝 대주거나 분무기로 물을 뿌려 탁탁 당겨준다. 가구를 닦을 때는 마른 걸레나 스타킹을 이용하는 것이 먼지가 덜 묻어 좋다.

- 더 웨스턴 조선 서울 호텔

호텔 침구들은 대량으로 세탁하기 때문에 일일이 다림질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시트 커버나 이불 커버는 펼쳐서 모퉁이를 잘 맞춘 다음 두 명이 양쪽에서 잡고 당겨 주름을 편다. 이때 스프레이로 물을 뿌린 후 당기면 주름 없이 팽팽하게 시트를 관리할 수 있다.

-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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