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국내외시각]외국 투자자 조사(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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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금융위기 타개의 한 쪽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 투자자들은 최근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본지는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특파원들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 그들의 한국관련 시각을 집중 해부했다.

이들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한국관련 담당자들은 자사의 코멘트가 금융시장에 미칠 엄청난 파급효과를 우려해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이번 설문은 미국.영국.일본.홍콩등 4개국의 국제적 펀드 매니저및 자금운용 담당자 15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그 내용은 ▶적정 환율수준 ▶환율 안정시기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재개 시기등에 촛점을 맞추었다.

국제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정 환율을 말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국제적 펀드 매니저들이 보는 적정환율은 달러당 1천1백원부터 2천3백원까지 참으로 다양했으나 대체로 1천2백~1천4백원대를 지적했다.

환율 안정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외국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신뢰도를 심어주느냐에 달려 있으나 일단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2~3개월뒤에나 가능하다는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적정환율 수준및 안정시기 = 응답자가운데 미국의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미 시티은행 국제영업부의 M이사는 "현재 한국의 적정환율을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근 달러당 1천7백원까지 떨어진 원화가치는 너무 심하게 평가절하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 당선자가 IMF요구사항을 준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하고 새 경제팀이 신뢰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 시작하면 환율은 떨어지기 시작할 것" 이라며 환율안정까지 최소한 2~3개월가량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소시에떼 제네랄증권의 뉴욕현지법인의 한 임원은 "단기적으로 현재보다 10~20% 더 절하된 달러당 2천원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며 "개인적 견해로는 2년이내에 달러당 1천2백원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본다" 고 덧붙였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한국담당 펀드매니저 D씨는 "달러당 2천2백~2천3백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안정시기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고 극단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유럽쪽 관계자들은 낙관적 견해를 제시했다.

영국 J증권의 한국담당자는 "한국 경제의 기본요건을 감안할때 달러당 1천4백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며 앞으로 2~3개월이내에 환율은 안정국면으로 들어설 것" 이라고 답했다.

스위스 S증권의 한국담당자는 달러당 1천1백~1천2백원선을 제시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구매력기준으로 볼 때 달러당 1천2백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지만 환율급등에 따른 물가상승과 단기 외화부채 상환압력등을 고려할 때 2천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며 "98년 여름쯤 안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본다" 고 예측했다.

◇ 한국시장 재투자여부 및 시기 = 기본적으로 환율이 안정되어야 주식이든, 채권이든 다시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미 오펜하이머 펀드는 "달러당 1천7백원선이 꾸준히 유지된다고 판단될 때 투자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시티은행측은 "우리는 투자자가 아닌 대출자의 입장이어서 언제든지 다시 대출에 나설 준비는 되어 있지만 현재로선 대출 만기연장은 내년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추가 대출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 같다" 고 말했다.

홍콩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현 상황에서 환율불안과 기업 연쇄도산등의 우려때문에 주식.채권 모두 투자매력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 유럽계 은행은 "한국의 주식시장이 너무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어 보인다" 며 "내년 상반기중 다시 투자를 시작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J증권은 "주식.회사채시장은 매력이 없지만 국공채시장에는 관심이 있다.

다만 국가위험도가 낮아진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고 밝혔다.

스위스의 W증권은 "국제 채권시장에서 우선 한국 채권에 대한 매기가 되살아나야 국내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한국의 현물환.선물환 시장은 외국 투자가들이 외환투자위험을 헤지하면서 투자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체계적 보완이 필요하다" 고 진단했다.

런던.뉴욕.도쿄.홍콩 = 정우량.김동균.이철호.유상철 특파원

<설문조사 외국 금융기관>

▶홍콩

- 도이치 모건 그렌펠

-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 체이스 맨해턴

- 크레디트 스위스 뱅크

- 레먼 브라더스

▶뉴욕

- 시티은행 국제영업부

- 소시에띠 제네랄 증권사

- 오펜하이머 펀드

- 인베스트 매니지먼트

▶런던

- 제임스 케이플 증권사

- 스위스 SBC워버그

- W증권사

▶도쿄

- 노무라 증권

- ING베어링

- 아시아경제연구소

- 아시아개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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