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신간] 그림 읽어주는 수녀, 웬디 묵상·기도는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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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웬디 베케트(79) 수녀는 ‘그림 읽어주는 수녀’로 유명하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TV 미술 프로그램으로 그는 ‘스타 수녀’가 됐다. 지금껏 미술에 관해서 낸 책만 수십 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웬디 수녀를 잘 모른다. 30년 넘게 철저한 은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카르멜 수녀원 소속인 그는 시골의 숲속, 허름한 조립식 컨테이너 주택에서 고독한 구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웬디 수녀가 새롭게 책을 냈다. 제목은 『웬디 수녀의 하루하루가 기도입니다』(사이출판사). 미술에 관한 책이 아니다. ‘기도’에 관한 책이다. 웬디 수녀는 “이 책을 쓰는 과정이 지금껏 냈던 두툼한 미술 서적보다 훨씬 힘겨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멜러 영화 대사처럼 들리겠지만 제 목숨과 바꿔도 좋을 만큼 솔직한 저의 심정을 담았다.”

웬디 수녀가 사는 조립식 컨테이너에는 책상 하나, 탁자 하나, 의자 하나, 침대 하나, 그리고 작문 창문이 있다. 거기서 그는 홀로 기도를 하며 산다. 웬디 수녀는 “본질적으로 기도는 단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당신이 아니고 하필 나여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등 삶의 진지한 의문에 대해 그는 ‘기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기도에 대한 웬디 수녀의 시선이 각별하다. “고난을 해결해 주세요”가 아니라 “고난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세요”라고 기도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에게 재난으로 보였던 일들이 나중에 축복으로 판명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는 간혹 그림이 등장하고, 묵상과 기도를 통해 그림을 풀어내는 웬디 수녀의 내공이 은근히 번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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