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이성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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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TV 부문을 접는 대신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나 미국 월풀 같은 백색가전 전문업체로 거듭나겠습니다.”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15일 드럼세탁기 ‘드럼업2’ 발표회를 연 대우일렉트로닉스 이성(58·사진) 사장의 말이다. 세 차례의 회사 해외 매각 시도가 무산돼 10년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자업체의 배수진이다. 이날 신제품 발표회도 1년 만이다. 잔칫날이지만 분위기는 엄숙하고 비장하기까지 했다.

이 사장은 “선 경영 정상화, 후 매각 조건으로 채권단과 워크아웃 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2500명이던 본사 직원을 절반 가까운 1300명으로 줄이는 아픔을 겪었다. TV·에어컨·청소기 사업은 이달 안에 매각할 예정이다. 회사가 잘 안 팔리니 일단 수익을 낼 만한 사업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이 사장은 1981년 대우일렉(옛 대우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대우맨’이다. 프랑스 법인장과 해외영업본부장을 지낸 영업통이기도 하다. 이날 선보인 세탁기는 세탁량에 따라 세제 투입 분량을 자동 조절해 세제를 아낄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다. 소비자 가격은 129만원으로 다음 달까지 30만원 할인판매 이벤트를 벌인다.

-사업 구조조정 내용은.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사업에 집중한다. TV 등 매각할 사업 부문에 여러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냈다. 고용승계 의지 등을 감안해 22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

-매출 규모가 많이 줄 텐데.

“지난해 2조원 약간 못 미치는 매출에 32억원의 흑자를 냈다. 8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낸 2007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디스플레이 쪽은 계속 끌고 가기 어렵다. 사업 부문을 줄이면 올해 매출이 1조3000억원대로 줄겠지만 이익은 300억원 가까이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

-중장기 계획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백색가전에 집중하면 2년 안에 지난해 수준의 매출 규모를 회복하고 5년 안에 매출 4조원, 영업이익률 7~8%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데 냉장고·세탁기는 중동을 중심으로 인지도가 높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돈을 잘 버는 회사가 되면 새 주인이 자연스레 등장할 것이다.”

-신임 CEO로 가장 시급한 목표는.

“대우만의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이다. 꽃무늬가 유행하면 서로들 따라 해 상표만 가리면 어디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10년 써도 질리지 않고 보기만 하면 바로 대우 제품이란 걸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겠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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