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장기신용은행 뉴욕지점 순항이유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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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찬바람 휘몰아치는 뉴욕의 자금시장 - . 돈 생길 구멍이라고는 모두 막혀버린 한국계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가운데 아직도 혼자 힘으로 꿋꿋이 버티는 곳이 있다.

한국계 은행중 막내둥이인 장기신용은행 뉴욕지점이 마지막 남은 외로운 주자 (走者) 다.

장은 뉴욕지점은 현재까지도 주요 유럽계 은행들에 자금라인을 열어 놓고 있다.

대출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시티뱅크.체이스 맨해튼 등 미국 은행들과도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은행들이 크게 고전할 때 가끔 급전을 돌려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전직하 (急轉直下) 로 추락할 경우 이마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강만 (李康萬) 장은 뉴욕지점장은 "다른 금융기관의 지점들과 비교할 때 어렵기는 마찬가지나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는 것일 뿐" 이라며 "어쨌든 연말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장은 뉴욕지점이 현지에서 분전 (奮戰) 할 수 있는 비결은 내실경영이 안겨준 은행 차원의 높은 신인도, 작은 자산규모, 그리고 현지 직원들의 차별화된 영업전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은이 현재 미국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로부터 부여받은 신용등급은 'A - 네거티브 워치리스트' .국내은행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S&P는 지난달 26일 등급조정때 장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장은은 재벌에 대한 부실대출로 별로 다치지 않았다.

우리 견해로는 보수적 대출경향과 산업별로 특화된 대출전략 때문인 것같다.

부실기업 대출도 상대적으로 적고,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 평가손 충당금도 이례적일 만큼 감독 당국의 요구수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 장은은 전통적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책임경영을 해왔고 자산규모도 작다.

요새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큰 혜택이다.

지난 여름부터 해외 금융시장이 악화되고 증시가 침체된 데 발맞춰 '군살' 을 빼면서 자산규모를 줄여나갔다.

장은 뉴욕지점의 총자산 역시 다른 곳의 10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3억5천만달러대에 그치고 있다.

또 자금조달원 관리에도 철저했다.

대차대조표에 예민하고 하루짜리 자금 대출에만 관심을 보이는 미국계 은행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유럽계 금융기관 쪽에 공을 많이 들였다.

각종 문의에 정성껏 응하고,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때로는 불리한 내용까지 제공함으로써 믿을만한 파트너란 인식을 심는데 주력했다.

현지의 한 금융 관계자는 "한국의 은행 부실화는 관치금융에 잘못 길들여진 은행간의 지나친 외형.실적.자존심 경쟁 때문" 이라며 "장은의 고군분투가 주는 메시지를 되새겨 봐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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