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50여년간 도시락 싸가지고 다닌 배화여고 최화병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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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추울 때 점심을 먹기 위해 두시간 정도를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경제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도시락이 좋습니다.”

서울 배화여고 최화병(崔華炳 57.교목) 종교교사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을 때가 하루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50여년 동안 도시락을 지참해 왔다는 崔교사는 요즈음은 20년 전에 구입한 보온도시락을 들고 다닌다.

서울송파구 올림픽아파트에 살다가 지난 8월말 부인 李光子 (58) 씨와 딸 (25.유치원교사) 이 경기도용인시양지면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崔교사는 현재 서울서대문구북아현동에 있는 감리교회 재단 기숙사인 인우학사에서 대학생 1백20여명과 함께 생활하며 매일 아침 도시락을 손수 준비한다.

崔교사는 "기숙사에서 아침을 먹은 뒤 보온도시락에 밥을, 찬그릇에 반찬을 담을 때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고 말했다.

가족들이 이사하기 전에는 30년 전에 결혼한 아내 李씨가 도시락을 준비해 줬지만 반찬은 주로 아침에 먹고 남은 것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崔교사는 "아내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이라 돈을 주고 사 먹는 도시락보다 맛이 있었다.

귀가후에는 항상 아내에게 '잘 먹었습니다' 고 인사했다" 고 전했다.

감리교신학대에 다닐 때는 친구 4명과 함께 도시락을 준비,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崔교사는 "직장인들이 외식대신 도시락을 지참,점심을 해결하는 점심문화가 정착된다면 경제난 극복에 일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제안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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