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벼랑끝 경영…조업중단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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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회사형편이 좋지않다.

협력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으나 어떻게든 연명해 부품공급을 해달라. 송구스럽다. " "A급 어음도 제대로 할인이 안된다.

원자재는 현금아니면 살 수 없다.

대기업이니 만큼 당장 숨을 돌릴수 있도록 납품대금중 얼마만이라도 현금으로 지원 해달라. " "대기업도 현금을 구하기가 땀이 난다.

그래서 어음결제기간도 단축하기 어렵다.

대신 납품가에 이자를 더 얹혀주겠다.

다시 한번 부탁하지만 제발 목숨만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 " 이는 며칠전 있었던 한 자동차업체와 협력업체 대표간의 긴급 간담회 내용의 일부이다.

대기업들마저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들이 대기업어음 조차 할인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대기업들은 현금수요 압박을 덜기위해 어음결제 기간을 갈수록 늘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중소 협렵업체들은 조업단축에 들어가 모기업에 납품을 중단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 김포의 M중소업체는 한 자동차회사에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고 납품관계를 사실상 끊었다.

이 회사는 밀린대금 7억원을 포기해서라도 더이상 물려 들어갈 수없다는 판단아래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조향장치 메이커 TRW스티어링社는 지난 6일 기아자동차측에 납품대금중 당장 결제에 필요한 현금 40억원을 주지 않을 경우 납품을 할수 없다고 버텨 기아자동차는 지난 9일 한때 자동차 생산을 중단해야만 했다.

예전같으면 대기업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협력업체의 납품중단은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이었으나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워낙 다급해진 결과이다.

대그룹계열 한 석유화학업체의 재무팀장은 "최근 거래은행이 협력업체의 어음결제 한도를 낮추는 바람에 협력업체마다 아우성" 이라며 "금융기능이 마비된 상태여서 협력업체를 도울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고 털어놨다.

고윤희.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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