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뉴욕서 한국계 은행에 자금공급…해외 신인도 되살아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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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이 개시되면서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해외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뉴욕.도쿄 (東京)에서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자금 공급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는 반면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는 한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위험도를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9일 도쿄 금융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흥은행 도쿄지점이 보름만에 처음으로 독일계인 웨스트 도이치 란데스방크로부터 8백만달러의 신규 대출금을 공급받았다.

조흥은행측은 "미미한 액수지만 일단 도쿄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이 가라앉고 있는 신호" 라고 풀이했다.

또 일본 수출입은행도 한국 수출입은행측에 "자금공급을 곧 시작하겠다" 고 약속했다.

수출입은행간 대출은 금액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본측이 본격적으로 대출에 나설 경우 한국의 외화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9일 국내에 진출한 23개 외국은행 지점에 우리 돈을 주고 달러화를 가져오는 스와프 (SWAP) 거래방식으로 모두 10억달러를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도 미국의 JP모건을 주간사로 대형보험사, 연.기금등 기관투자가들에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형식으로 20억달러 차입에 나설 예정인데 현재까지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협조의사를 밝혀 전망이 밝은 편이다.

또 수출입은행은 9개 미국.유럽계 은행으로부터 1년 만기 2억달러의 대출계약을 하고 10일 돈을 인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신한은행도 이미 지난 2일 영국의 바클레이스은행으로부터 대출 등을 통해 1억달러를 차입했다.

이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해외차입에 성공한 첫 케이스다.

한편 S&P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금융기관의 융자부실화 위험도가 러시아보다 높은 것으로 판정했다고 일본 교도 (共同) 통신이 8일 뉴욕발로 보도했다.

S&P는 각국 금융기관의 민간부문 융자와 금융기관 이외의 공공부문 융자 가운데 불량채권화할 위험도는 한국과 일본.중국.홍콩.대만.태국이 각각 30%에 달한다고 밝혔으나 러시아.브라질의 위험도는 15% 이하인 것으로 평가했다.

S&P는 이와 관련, 한국과 일본.태국 등 3개국은 금융시스템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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