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 평론집 '하나의 道…'…동양 일원론으로 푼 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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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중견 문학평론가 최동호씨가 동양의 일원론적 시각에서 시론을 세워가며 시를 실제 분석한 평론집 '하나의 도 (道)에 이르는 시학 (詩學)' 을 펴냈다 (고려대출판부刊) .저자가 90년대 중반을 전후해 쓴 8개의 평론들엔 시와 시인, 정신과 육체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모두 하나로 모아지는 동양적 사고관이 들어 있다.

특히 평론집과 같은 제목의 1장에서 저자는 일본의 하이쿠 (俳句) 시인 마쓰오 바쇼와 한용운.정지용 시인을 통해 분석과 분리로 20세기를 이끌어 왔던 서양의 지성을 넘어서는 동양의 지혜를 보여준다.

"소나무에 대해서는 소나무에게, 대나무에 대해서는 대나무에게 배우라" 고 말한 바쇼에게서는 사물의 본성과 일체가 되어야 그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가르침을 이끌어 낸다.

'물아일여 (物我一如)' 라는 동양사상이 시에 적용된 것이다.

시인이자 혁명가였던 한용운은 식민통치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민중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님' 을 읊었다.

깨우침을 얻은 사람으로써 '지행합일 (知行合一)' 의 실천사상을 시로써, 행동으로써 보여준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오직 시인으로서 언어탐구의 길을 걸었던 정지용의 작품세계에는 속세를 초월하는 동양적 수묵화의 세계가 담겨있다.

저자는 이 세 명의 시인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영향관계를 찾기 보다는 동양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을 보여주려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들 삶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동양적 도 (道) 의 세계를 시에 끌어들이고 싶어한 것이다.

'산수시 (山水詩) 의 세계와 은일 (隱逸) 의 정신' 이나 '21세기를 향한 에코토피아의 시학' 등 다른 7개의 장들 역시 동양적 세계관에 입각, 시를 바라보고 있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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