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사업관리 모두 위임…8천2백만불 수의계약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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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고속철도공단은 지난 2일 미국 벡텔사와 수의계약으로 8천2백만달러 (약9백80억원)에 사업관리 (PM) 용역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과 우리 정부간 구제금융 협약 서명 전날의 일이다.

이 계약은 '공개경쟁을 안거친 과다지출' 이라는 문제제기가 있는데다 건교부가 지난달 25일 "외화절약을 위해 외국건설인력 도입은 자제하겠다" 고 발표한 직후 이뤄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벡텔사는 앞으로 2년간 경부고속철도 사업량에 따라 37~1백20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업비관리를 비롯, 설계.시공.품질관리등 전분야에 걸쳐 경부고속철도 건설관리를 하게 됐다.

이 계약은 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1백% 변상하는 책임감리회사등과 달리 단지 용역비의 최대 10%까지만 변상하는 조건으로 돼있다.

관련 법규정상 이같은 용역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공단측은 자체 인원 (7백80명) 감축등 조치없이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사업관리를 외국업체에 맡겨 중복투자라는 지적과 함께 공단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벡텔 외에도 플로르 다니엘.웡.파슨스등 굴지의 용역업체가 있어 공개입찰을 내고 '제안서' 를 받았을 경우 안전시공을 하면서도 공기단축과 시공비 절약방안이 강구될 수 있었다" 고 지적한다.

공개입찰로 사업관리용역을 체결한 신공항공단의 경우 파슨스사와 2백23억원에 96년 12월~99년 12월까지 3년 계약을 해 공사의 난이도를 고려해도 벡텔사에 과다하게 용역비를 지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책임감리 분야에 독일의 덱사와 프랑스의 시사가, 설계검증 분야는 시스트라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또다시 사업관리를 위해 벡텔사를 선정해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도 불명확해지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착공한지 5년이 지난 현시점에 공단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원조달등 총괄적인 사업관리를 벡텔사에 맡길 경우 공단측과 마찰이 발생, 고속철 건설은 더욱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새정부가 들어서면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일정조정이 불가피한데다 구제금융 사태로 경부고속철도의 앞날마저 불확실해진 상황에 공단이 서둘러 용역계약을 해 자칫하면 외화만 낭비할 가능성도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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