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꿈나무] 선비 밟은 코끼리, 전라도로 귀양 갔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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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
박희정 글, 이우창 그림, 신병주 감수 푸른숲, 159쪽, 9800원

 ‘조선왕조실록’ 속에서 찾은 동물 이야기를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우선 ‘코끼리 귀양 사건’부터 들어보자. 집채 만한 몸뚱이에 자글자글 주름이 가득한 거죽, 굵은 다리통에 얼굴 가운데에 다리가 하나 더 붙어 있는 흉측한 모습이라니. ‘뿌우우!’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세상에 이런 괴물이 있었단 말인가. 조선 시대 사람들은 코길이(코끼리의 옛말)를 처음 보고 충격을 금치 못한다. 코끼리가 한성(서울의 옛 이름) 땅에 첫발을 디딘 것은 1411년 음력 2월, 조선의 3대 왕인 태종 때였다. 일본 사신은 불교에서 상서롭게 여겨지는 이 동물을 선물로 바쳤다. 어느 날 한 선비가 코끼리를 구경하러 왔다가 무참히 짓밟히는 사고가 일어나고 코끼리는 ‘살인 괴수’로 지목 당해 전라도 앞바다 섬으로 귀양가게 된다.

그러나 관리자들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 치우는 이 괴물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결국 충청도와 경상도에서 돌아가면서 코끼리를 맡게 되지만 가는 곳 마다 사람을 해치고 사고를 치는 바람에 코끼리는 다시 외딴 바다 섬 가운데 목장으로 홀로 내버려진다. 이후 이 희한한 짐승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밖에 성종이 원숭이를 아끼는 마음에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려 했다가 신하들의 반대로 그만둔 이야기, 중국에서 물소를 들여와 그 뿔로 활을 만든 이야기, 숙종 때 궁궐에 들어왔다가 쫓겨난 낙타 등 조선 땅을 밟은 외국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딱딱하게 느껴졌던 역사 이야기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처럼 구수하게 풀어냈다. 조선의 정치, 사회, 문화의 모습을 가깝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역사돋보기’ 코너도 양념처럼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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