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법정관리 또는 화의신청한 기업들 IMF태풍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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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무더기 부도사태를 맞은 뒤 법원에 법정관리 또는 화의를 신청한 부산지역 기업들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까. 지금까지는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될 수 있는 한 이들 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법정관리나 화의를 받아 줘야 한다" 는 여론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갑자기 터진 IMF태풍이 법원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법정관리나 화의가 받아 들여 지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법정관리및 화의 개시여부에는 채권단의 동의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주 채권단인 은행과 제2금융권이 IMF의 구조조정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지법에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곳은 지난 6월 부도난 태화쇼핑.우성타이어.미화당.우성식품.국제토건.대선주조등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기업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일단 법정관리및 화의의 전 단계인 채권.채무보전처분은 받아 놓았다.

그 이후 법원의 실사 (實査) 기간중이거나 실사가 끝난 뒤 최종결정을 기다리는 단계에서 IMF태풍이 휘몰아친 것이다.

태화쇼핑의 경우 지난달 한국신용평가의 실사가 끝나 현재 법원의 실사결과 검토와 채권단의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중이다.

법원이 파악한 태화쇼핑의 금융권 부채액은 1천5백억원. 이중 동남은행이 3백90억원으로 가장 많고 부산은행이 2백70억원이며, 2일 업무정지를 당한 항도종금 1백39억원, 고려종금 29억원등이다.

㈜미화당도 은행권 부채 2백74억원에 2일 업무정지를 당한 한솔.항도등 종금사의 부채가 92억원에 이르는등 금융권 부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지법 변동걸 (卞東杰) 수석부장판사는 "태화쇼핑은 이달안에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날 것이고 미화당.국제토건등은 다른 기업들은 빨라야 내년 1월 법정관리나 화의여부가 결정될 것" 이라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정관리나 화의개시 결정때는 지역여론.채권단의 의향.신청기업의 회생의지등을 두루 참작해 왔다" 며 "그러나 은행.종금사등 채권단이 존폐기로에 선 만큼 지금까지의 기준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금사가 법정관리나 화의에 동의해도 앞으로 종금사가 정리될 경우 이를 인수할 금융회사가 거부할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당장 합병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이 재산보전처분때 동의해 준 입장을 계속 지킬 지도 의문" 이라고 전했다.

특히 법원이 법정관리나 화의 결정을 내린다 해도 결정에 따른 뒷감당을 우려하고 있다.

법정관리.화의결정을 내리면 부도기업들의 생명을 어느 정도 연장해 주는 효과는 있지만 이로 인한 채권기업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지법은 지난 7월 법정관리중이던 경남양산 소재 양지금속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는 이유로 법정관리를 중단하는등 부도회사를 동정하던 자세에서 벗어났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기업에게는 분명히 불리하다" 고 밝혔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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