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그대 그리고 나' 미숙역 탤런트 김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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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쯧쯧, 날건달 영규가 뭐가 좋다고…. "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 의 나물장수 처녀 '미숙이' 는 시청자들의 동정을 한몸에 받고있다.

그는 영규 (차인표 분) 를 죽자하고 쫓아다닌다.

영규가 미숙이를 한때의 노리갯감 쯤으로 여기고, 지금은 부잣집 딸 시연 (이본 분) 꼬이기에 여념이 없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한 1~2억 뜯어내고 시연도 차버리겠다" 는 영규의 말에 미숙은 얼른 그 다음에 자기하고 결혼하잔다.

그야말로 순박하기 이를데 없는 '일편단심 민들레' 다.

반면 극악스러움도 있다.

손님을 놓고 옆에 앉은 장사치와 멱살잡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싸운다.

'미숙이' , 아니 그보다는 MBC '전원일기' 의 '복길이' 로 이미 더 잘 알려진 김지영 (23) 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저는 얌전한 편이에요. 어릴때 한번 싸워본 적도 없고…. " 그 말조차 부끄러운 듯 기어들어간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달라요. 가끔 '연기를 하지 않으면 못살것 같다' 는 느낌이 막연히 드는데, 그래서 연기를 할 때는 좀 더 과감해 지는 것 같아요." 싸우는 장면도 NG없이 단번에 해냈단다.

연습때는 어떻게 할지 몰라 쩔쩔매더니 PD에게 '그냥 찍어보자' 고 하고는 그럴듯하게 해냈다.

덕택에 온몸은 멍이 들고 살갗이 벗겨졌지만.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졸업반인 그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어머니의 '공로' 가 크다.

94년 여름 쇼핑을 하고 돌아오던 길. 어머니는 운전을 하고 자신은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앞자리는 짐보따리 차지였다.

"신호에 걸려 서있는데 누군가 창문으로 명함을 내밀며 '매니저인데 들러달라' 고 하는 거예요. 제가 아니라 어머니께요. 우리 어머니, 굉장히 미인이시거든요. " 얼마 뒤 어머니와 매니저 사무실을 찾아서는 어머니 대신 자기가 하겠다고 우겼다.

그뒤부터 주로 단막극에 얼굴을 내비쳤고 96년 11월 '전원일기' 의 복길이로 등장했다.

젊은 아가씨지만 뜻밖에 트렌디 드라마의 화려한 역은 사양이란다.

"앞으로 복길이나 미숙이 같은 역만 계속 했으면 해요. 투박하지만 맑고, 삶이 녹아있는 그런 역들이요. 욕심이 너무 큰가요?"

글 = 권혁주·사진 = 나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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