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명암]7.PC통신 대중화, 악용사례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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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등산을 갔다 다리를 다친 주부 鄭모 (35.경기도고양시) 씨는 요즘 컴퓨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연말 친지등에게 보낼 선물을 사기 위해 굳이 외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PC통신을 통해 한 백화점 홈쇼핑 코너에 접속한 鄭씨는 기획상품으로 소개된 3만원대의 생활용품 세트를 고른 뒤 집주소.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쇼핑을 끝냈다.

PC통신 가입자가 4백만명에 이를 정도로 PC통신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PC통신 홈쇼핑시장은 지난해 2억원 규모에서 올해 3억원 정도로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는 소비자들이 안방에 앉아서 원하는 물건을 20~30% 싼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신용카드만 있으면 외국의 사이버 서점이나 소프트웨어등을 집에서 간단히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공간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잠실에 사는 대학생 金모 (24) 씨는 최근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2만원을 송금하면 '화끈한' 일본제 포르노 CD롬을 보내주겠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金군은 호기심에서 상대방 통장번호로 돈을 송금했고 며칠 뒤 소포로 배달된 문제의 CD롬을 손에 쥐었다.

지난 6월 서울지검은 음란 CD롬을 불법 복제, PC통신을 통해 판매한 혐의로 대학생등 17명을 적발했다.

이들 가운데는 한 가족이 모두 동원된 '가족형' 판매조직도 있었으며 고교생들까지 동료 학생등을 상대로 음란물을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줬다.

온라인을 통한 음란물.불법 복제물 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은 범법자들이 통신의 익명 (匿名) 성을 최대한 이용하기 때문. PC통신 가입시 가입자의 실명 확인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남의 ID를 어렵지 않게 도용할 수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상용 소프트웨어 불법 판매 건수는 신고 및 자체 적발을 포함, 지난해 8백93건이었던 것이 올해 들어 지난10월말 현재 9백35건으로 늘어났다.

또 지난해 7백93건이던 음란물 판매건수도 1천2백27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같은 불법 복제물들은 은밀하게 거래돼 단속에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의식개혁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형교 기자

◇ 도움말 = ▶신동율 (申東律.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지원팀장) ▶이재형 (李載亨.천리안 회원영업팀장) ▶이석재 (李石在.한국전산원 정보사회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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