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암호 "빨간 볼펜 사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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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左) 김수정 대리 (右) 나현미 대리

#1.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 주교동우체국은 화성 서부경찰서로부터 ‘사기계좌 지급정지 등록’을 요청받았다. 주교동우체국 직원들은 문제의 계좌가 개설될 당시의 CCTV 녹화 자료를 받고 계좌개설자 A씨의 인상착의를 눈여겨봤다. 지난 3일 김수정 대리는 현금 지급을 요청하는 A씨를 발견한 후 담당 국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빨간 볼펜 좀 사다주세요.” A씨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검거됐다.

#2. 지난 1일 서울 송파우체국은 부산 동래경찰서로부터 ‘지급정지 및 부정 계좌 등록’을 요청받았다. 한 시간 뒤 문제의 계좌개설자 B씨가 우체국에 나타나 예금 정보확인을 요청했다. 응대를 맡았던 나현미 대리는 금융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분이 오셨습니다.” 송파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B씨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서울체신청은 9일 최근 우체국에서 발생한 금융사기 피의자 검거와 직원의 대처 사례를 공개했다. 체신청은 금융사기 사고가 급증하자 1990년대 초 우체국별로 총기 강도사건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특정 암호가 공개되도 괜찮은가’에 대해 금융검사팀 권오상 팀장은 “위급 상황에 따라 각 국별로 암호가 바뀌고, 다른 국과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를 목적으로 한 자의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신청은 강도가 침입했을 때 특정 자리의 수화기를 장시간 내려놓으면 관할 경찰서로 자동 신고가 되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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