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전제일은행장에 손배소…"부실경영 책임" 첫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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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일은행 행원들이 부실경영으로 은행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한보 비리사건과 관련돼 구속수감중인 전 은행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일은행 행원 4천1백명은 대출비리로 구속 수감중인 이철수 (李喆洙) 전 제일은행장을 상대로 5백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결정하고 1일 낮 소장을 서울지법에 접수하기로 했다.

은행원들이 전직 은행장에게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이번 소송은 국제통화기금 (IMF) 측이 긴급자금 지원 조건으로 부실금융기관 정리를 요구하는 시점인데다 몇몇 다른 시중은행들도 특정은행장 재직시절의 특혜대출로 현재의 은행 부실화를 자초했다고 주장하며 문제삼을 태세여서 시중은행들의 잇따른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李창림씨등 제일은행 행원 4천1백명은 1일 李전은행장을 상대로 우선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낸 뒤 소송진행과정에서 소송가액을 늘리기로 했다.

행원들은 변호사를 통해 작성한 소장에서 "李전은행장은 효산그룹.우성건설.한보철강에 거액을 불법 대출해주고 그 대가로 9억8천만원의 커미션을 받는등 대출비리를 저질러 효산 1천1백90억원, 우성건설 5천억원, 한보그룹 1조7천5백억원등 역사상 최대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함으로써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좋은 재무구조를 가졌던 제일은행을 빚더미에 올라앉게 만들었다" 고 손해배상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또 "李전은행장은 94년 상업증권을 자체 평가액보다 1천억원이 더 많은 3천5백억원에 인수했으며 95년 4월 유원건설 제3자 인수 과정에서도 재무구조가 좋은 대성산업 대신 한보철강을 인수자로 선정해 결국 은행이 유원에 대한 채권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게 하는등 독선과 전횡으로 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입게 했다" 고 주장했다.

행원들은 이와함께 "李전은행장은 뇌물을 받는등 고의로 제일은행을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뜨렸기 때문에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는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는 상법 (401조)에 따라 상여금을 반납하는등 피해를 본 직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한편 행원들은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97년 임금동결에 따른 피해 1백25억원▶상여금 반납 1백80억원▶체력단련비.시간외 근무수당등 각종 수당 축소 1백85억원▶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20억원등 모두 5백10억원을 산정했다.

정철근.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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