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 “한 푼 두 푼 주겠다는 사람 많았지만 안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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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경남 진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찾은 아들 건호씨.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아들 건호씨는 8일 본지 기자와 1시간가량 통화했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성 주장과 함께 최근 심경을 털어놓았다. 노씨는 “박연차 회장을 베트남으로 찾아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학 경비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나온 것인지에 대해 “전세비를 뺀 돈 등 2억원이 넘는 돈을 한국에서 가져다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벤처회사에 대한 투자 액수에 대해선 다소 불명확한 대답을 이어갔다. 부모님을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노씨는 2006년 6월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쳤다. 지난해 8월께 입국했다가 올해 초 LG전자 미국 법인으로 발령 나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박연차 회장의 돈이 어머니 쪽에 갔고, 당신의 유학 경비와 생활비 등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있다.

“아니다. 나는 전혀 모른다.”

-어머님이 빚 때문에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데 몰랐나.

“아버지가 대통령 되시기 전부터 어머니는 돈 1000원이 없어 울던 분이다.”

-박 회장의 돈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의혹이 있다. 본인 계좌로 돈이 온 게 아닌가.

“그 돈이 우리 가족한테…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0원도 쓴 일이 없다. 한 푼 두 푼 주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해서 안 받았다.”

-지금 벌어지는 일에 억울한 심정이 드는가.

“나는 전혀 몰랐다. 너무 어려운 얘기지만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대화 중에 ‘어려운 얘기’라는 말을 반복했다.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과정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스탠퍼드 MBA 동기인 호모씨의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아는데.

“내가 호씨를 도와주려고 했던 건 사실이다. 돈만 빼고는 다 도와주려고 했다.”

-투자는 안 했나.

“솔직히 2007년 중반에 아주 소액을 투자했다. 레이버(※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부분이란 의미) 포함해서 조금 했다. 1만 달러 정도된다. 계약서도 안 적고 한 거다.”(※노씨는 1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했으나, 호씨는 본지 기자에게 노씨의 투자금에 대해 “10만 달러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을 만난 적이 있나.

“철호(노건평씨 사위 연철호씨)랑 ‘박연차 회장에게 배우자. 잘해 보자’ 그랬다.”

-뭘 잘해 보자고 한 건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배우고 싶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 않다. 말이 쉽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 베트남에 다녀왔나.

“그게 어려운 얘기다. 잘못 대답하면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식으로 하든 검찰이나 청와대 쪽에선 계속 의심할 것 같다. 나는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이후 노씨는 베트남에 간 시점이 2007년 말과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무렵인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것인가.

“그냥 조용히 당하겠다.”

-창업을 한다는 소문이 많았는데 왜 대기업(LG)에 남게 됐나.

“다 따져봤다. 창업이나 투자, 그림은 좋은데 막상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많이 부대낄 걸 아는데 그걸 하겠나. 제가 창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너무 반복됐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희 아버님이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대통령 되시기 전부터 되신 후까지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그렇지만 퇴임하시고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아버님이 퇴임하시고 이런 꼴을 당해 나는 가슴에서 피눈물이 흐르지만 웃으면서 출근한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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