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아시아기업들 재고증가로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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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시아 금융위기에다 기업들의 재고가 늘어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중국.태국에서는 자동차.철강에 이어 일부 농축산물까지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격 인하 압력이 거세다.

지난 연초만 해도 이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상품 가격을 내리고 생산을 줄임에 따라 재고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과잉공급문제는 동남아 통화가치 폭락사태를 계기로 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

많은 공장들이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을 줄이지 않아 재고는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냉동 창고를 가보자. 여기에는 9천t에 이르는 냉동 닭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는 지난 2년전보다 무려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일부는 거의 1년 가까이 묵은 것들이다.

브라질.태국.중국.미국의 양계장에서 키운 닭들이 아시아 지역에 밀어닥치며 올해에만 닭값을 25%나 떨어뜨렸다.

주택도 과잉 상태다.

태국 방콕이나 중국의 상하이에는 주인을 못 찾은 채 비어있는 아파트와 호화 빌라들이 수두룩하다.

막대한 재고로 인해 펄프.구리.유리.철강 등의 가격은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도 내림세다.

태국의 시멘트 판매량은 지난 3분기에 10%나 줄었으며 4분기에는 감소세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바람에 수출 가격은 지난 7월이후 약 15%나 떨어졌다.

태국 TPI폴렌사의 경우 시멘트 재고가 쌓여 보관 창고를 마련하느라 고민할 정도다.

재고문제는 중국에서 특히 심각하다.

상하이 당국은 최근 이 때문에 대형 재고처분센터를 개설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가 워낙 신통치 않은데다 해외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져 아시아 기업들의 재고 처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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