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4백선 붕괴 주가추락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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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무리 헐값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걸 어쩌란 말이냐. " 한때 종합주가지수 400선마저 무너진 29일 고객들의 무조건 팔아달라는 주문에 증권사 영업직원들은 이러한 비명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채권등 다른 이재 (理財) 수단과 비교할 때 주식투자의 유일한 이점이라고 할 환금성마저 마비된 상황에서 주가는 끝없는 추락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폐장직전 기관투자가들의 대형주 매수 덕분에 종가는 400선 붕괴를 간신히 모면했지만 증시전문가들은 400선 붕괴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강제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힘겹게 주가를 떠받쳐주던 '개미군단' 의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의 매매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황상태가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폭락세엔 어느 정도 '내성' 이 생긴 투자자들도 팔려야 팔 수 없는 환금성 위기국면이 1주일이상 지속되자 "극약처방 없이는 증시 스스로 회생할 가망이 없어 보인다" 는 절망감에 젖어들고 있다.

최근 1주일동안 거래량이 1천주도 안되는 종목이 전체 9백50여개중 5분의1에 달하는가 하면 무작정 매도주문에도 '사자' 없이 하한가를 이어가는 종목도 1백개를 웃도는 유례없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29일엔 거래형성종목 비율이 바닥수준인 8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최근 속출하고 있는 깡통계좌에서 매일 엄청난 매물이 쏟아져 나와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들 매물을 하루 평균 2천억원정도로 추산한다.

경우에 따라선 이들 계좌의 반대매매 물량마저 소화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증시분석가들은 주가예측을 포기한지 오래다.

동원증권 이승용 투자분석부장은 "이미 수급균형은 망가져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일 뿐" 이라며 "IMF의 구조조정 요구의 실체가 빨리 드러나지 않으면 현재의 심리적 공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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