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예산 ‘실속형’으로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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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 예산이 전면 개편된다. 미 국방부는 초대형 무기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당장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소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병력 증강과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실용적인’ 국방 예산안을 마련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010 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 국방 예산안에 따른 국방 및 무기 프로그램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전체적으로 미국이 직면한 경제위기 상황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0 예산안은 5340억 달러(약 700조원) 규모다. 올 예산안(5133억 달러)에 비해 약 200억 달러(4%) 정도 늘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예산은 이와 별도로 책정되는데,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반대하고 있어 의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화당과 민주당, 무소속 상원 의원 6명은 “북한과 이란 등 불량 국가들의 탄도미사일 개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사일방어(MD) 예산 감축 반대 서안을 보냈다.

◆대형 무기사업 폐지·축소=새 예산안에 따르면 굵직굵직한 대형 무기사업들이 대폭 축소됐다.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이거나 활용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들이다. 우선 육군이 현대화를 기치로 진행 중인 ‘미래 전투시스템(FCS)’ 사업 중 870억 달러가 소요되는 차량 프로그램이 폐기된다. 260억 달러 규모의 ‘변형 위성(TSAT)’사업은 더 저렴한 방식으로 변경된다. 록히드 마틴이 제작하는 F-22 전투기 프로그램도 4대만 더 구입해 187대를 보유한 뒤 중단된다. 총 150억 달러 규모의 신형 구조용 헬기 프로그램도 사라진다.

◆실용 무기 확충·병력 증원=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무기 체계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 F-22 전투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 F-35 구입 예산은 증가했다. 내년에 F-35 전투기를 올해 계획(14대)의 두 배 이상인 30대 구입한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 등지에서 반군 및 테러집단 진압 작전에 사용되는 무인항공기 구입과 첩보·감시·정찰 지원 프로그램 개선에도 20억 달러를 추가로 책정했다. 또 대테러작전에 동참하게 될 외국 군대에 대한 교육과 장비 지원을 위해 5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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